[잠깐묵상] 신실함으로 등불이 꺼지지 않게
출애굽기 27장
“아론과 그의 아들들로 회막 안 증거궤 앞 휘장 밖에서 저녁부터 아침까지 항상 여호와 앞에 그 등불을 보살피게 하라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대대로 지킬 규례이니라”(출 27:21)
개근상은 학교에서 받는 상 중에 가장 받기 어려운 상입니다.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각각 3년 동안 결석, 지각, 조퇴가 단 한 번이라도 있으면 받을 수 없는 것이 개근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초·중·고 12년 개근하신 분들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12년 동안 아프거나 힘든 날이 없었을까요? 12년의 세월 동안 아무 변수가 없었을까요? 12년 동안 아무 일이 없을 수가 없다는 것, 우리는 잘 압니다.
무엇이든 잠깐 잘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같은 마음을 유지하며 같은 일을 해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입니다. 음식점 하나만 보더라도 수십 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는 가게는 드뭅니다. 사람이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꾸준히 수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혼식장에서 모든 신랑과 신부는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합니다. 그 순간의 고백은 대부분 진실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진심이 얼마나 지속되는가’ 아닐까요? 사랑은 변심과의 싸움입니다. 누구나 진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나 신실할 수는 없습니다.
출애굽기 27장 끝에는 등불 관리 규정이 두 절에 걸쳐 짤막하게 언급되어 있습니다. 등불 관리의 핵심은 등불을 꺼뜨리지 않는 것입니다. 등불은 크고 강렬한 불이 아니었습니다. 입김 한 번에 꺼질 정도로 미미한 불입니다. 그 약한 불을 매일 타오르게 하는 일이 제사장의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그 일을 제사장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감당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명감으로 시작한 일도 반복하다 보면 힘에 겨울 때가 있지 않습니까? 기쁘게 시작한 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기쁨이 퇴색되는 시기가 찾아오곤 합니다. 길고 긴 의무감의 터널로 진입하기도 하고, 의미의 공백기와 의욕의 상실 지대를 만나기도 합니다.
자기가 부정당하는 구간입니다. 자기가 부인되는 지점입니다. 의무감의 터널 속에는 십자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의미의 공백기와 의욕의 상실 지대에도 십자가가 있습니다. 거기에 달려 죽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 살아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