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숙형 혁신학교로 지역 명문이 된 대흥중학교
지난 10월 6일, 재외동포청이 주관하는 재외동포 이해교육 강의를 위해 충남 예산에 있는 대흥중학교에 다녀왔다. 가기 전에 지도로 검색해 보니 대중교통으로 3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였다. 문득 대흥중학교에서 내포신도시가 그리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아산에 사는 정막래 교수에게 연락했다. “오후 2시에 예산 대흥중학교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바로 답이 왔다. 그날 일정이 없다며 천안아산역까지 마중을 나와주기로 했다. 덕분에 시간도 많이 아꼈고, 내포신도시뿐만 아니라 신창 고려인마을까지 다시 한번 둘러볼 수 있었다.
학교에 가기 전, ‘예산 대흥중학교는 어떤 곳일까?’ 궁금해서 AI에게 먼저 물었다.
- 1951년에 설립된 사립 남녀공학 중학교이자 충남형 기숙형 혁신학교
- 기숙사 생활을 통해 규칙적인 일상과 자율성, 협동심을 기르는 교육 환경
- 독서교육, 영어 프로그램, 지역 연계 체험 활동 등을 활발하게 운영
- 전교생 약 140명으로 교사와 학생 간 밀착 지도와 가족 같은 학교 분위기
과거 경북과 전남의 농어촌 중학교에 강의하러 갔을 때는 전교생이 20명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140명 내외라니! ‘기숙형 대흥중학교의 학생 수는 어떻게 변했을까?’ 다시 AI에게 물었다.
- 2012년 기숙형 혁신학교 지정 첫해 전교생 44명
- 2026년 현재 전교생 142명(남학생 63명, 여학생 79명, 6학급)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을 걱정하는 요즘, 농촌 지역 학교가 이렇게 놀라운 변화를 이루어내다니 참 감동적이었다. 천안과 아산의 학생들까지 찾아와 입학하는 지역 명문이 되었다. 단순히 기숙사를 운영한다는 이유 때문일까? 혜광학사(기숙사) 건물 2층 ‘책앤꿈 강의실’에서 열린 재외동포 이해교육은 강사인 필자에게도, 학생들에게도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스스로 꿈을 키우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
쉬는 시간에 이번 강의를 신청하고 준비해 주신 대흥중학교 진로상담 담당 김보경 선생님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학생들 표정이 참 밝고 예쁘네요.” 정막래 교수가 인사를 건네자 김보경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까 제가 한 학생에게 병원 잘 다녀왔냐고 다정하게 물었던 것처럼, 저는 저녁에 퇴근할 때 아이들에게 ‘선생님 집에 다녀올게’라고 인사해요.”
교육을 넘어 따뜻한 돌봄까지 베풀어 주는 선생님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힘들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김 선생님은 “선생님들이 두 가지 역할을 하느라 바쁘긴 하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힘이 정말 눈에 띄게 좋아져요”라며 자랑스러워했다. 학생들은 매일 책을 읽고 영어 단어를 스스로 외우며, 월말 테스트를 거쳐 ‘승급’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참여한 수업과 똑똑한 질문들

수업이 끝난 후에는 복습을 겸해 퀴즈 시간을 가졌다. 재외동포청에서 준비한 선물이 걸려 있어 아이들이 열심히 손을 들고 참여했다. 다음 날 아침, 김보경 선생님께서 주연지 학생이 정성껏 쓴 강의평가를 카카오톡으로 보내주셨다. ‘더 알고 싶은 점’이라는 칸에 적힌 마지막 질문은 “조선족과 고려인의 뜻을 알고 싶다”였다. 사실 수업 시간에 다른 학생이 질문해 이미 한 차례 설명해 준 내용이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선족은 한민족의 혈통을 지니고 있지만 중국 국적을 가진 중국의 소수민족을 뜻합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중국의 공식 민족 분류에서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조선족으로 분류되지요. 하지만 한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 동포들 가운데는 스스로를 ‘중국동포’라고 불러주기를 바라는 이들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호칭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 고려인은 러시아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구소련 지역에 뿌리를 둔 한민족 동포를 말합니다. 고려시대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러시아 연해주에 살던 한인들이 스스로를 ‘고려사람’이라 부른 데서 유래한 아름다운 명칭입니다.”
필자는 수업 중 한국으로 돌아와 새롭게 삶을 일구어 가는 ‘귀환 동포’들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특히 한국어를 잊어버린 채 한국에 정착하느라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이 충남에만 2만여 명, 그중 아산에 1만4000명이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고려인으로서 우리 이순신고등학교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을까?’ 지난 2024년 9월에 만났던 이순신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탐구 주제가 떠올랐다. 당시 이야기는 아시아엔 2024년 9월 15일 자 ‘[임영상의 글로컬 뷰] 아산 이순신고교 ‘꿈을 향한 질문중심 주제탐구’’에서 소개한 바 있다.
어쩌면 조만간 대흥중학교 학생들도 이웃 지역인 당진 합덕이나 아산 신창의 학교에 다니는 고려인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지도교사와 호서대 정막래 초빙교수의 안내가 필요하겠지만.
고려인 학생들도 전국 단위 기숙형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을까?
광역지자체를 넘어 전국에서 학생들이 입학하는 기숙형 중학교가 궁금했다. 찾아보니 전북 지역에도 여러 학교가 있었다. 화산중학교(완주), 영선중학교(고창), 백산중학교(부안), 용북중학교(남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전국 최초의 기숙형 자율학교인 화산중학교는 국제 표준 교육과정인 IB(국제 바칼로레아) 후보학교로 승인받아, 철저한 자기주도학습을 바탕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2026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는 71명을 선발하는 데 무려 1100여 명이 지원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했다. 별도의 수업료 부담 없이 기숙사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특목고·자사고 진학 실적도 관심을 끄는 요인으로 보였다.
2025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학생은 총 5만1172명이다. 이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가정 자녀’와 ‘중도입국 자녀’에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온 고려인 자녀들도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수도권이나 충남 북부 등 고려인이 많이 모여 사는 일부 지역의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의 70~90%가 고려인 학생이고, 중학교에서도 그 비율이 절반 가까이 이르는 곳이 있다. 학생들을 여러 학교에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다시 필자의 바람이다. 일자리와 교육, 의료, 문화적 기반이 잘 갖춰진 지방 도시의 기숙형 중·고등학교, 특히 직업계 학교들이 우리 고려인 사회와 학부모들에게 학교를 더 적극적으로 알렸으면 좋겠다. 먼 타국에서 온 고려인 학생들이 지방의 따뜻한 기숙형 학교에서 마음 놓고 공부할 수만 있다면, 인구 부족으로 고민하는 지역사회에도, 낯선 땅에서 꿈을 키워가는 고려인 동포 가족 모두에게도 든든하고 행복한 선물이 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