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읽는 신문] 광복 81년,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일요일에는 뉴스를 조금 천천히 읽습니다. 한 주 동안 쏟아진 뉴스 가운데 오래 남을 것, 서로 연결해 볼 것, 다음 주를 이해하기 위해 미리 짚어둘 것을 골랐습니다. 사건의 크기보다 ‘왜 지금 읽어야 하는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편집자>

오늘의 흐름
광복 81주년 다음 날인 16일, 미디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광복 이후’를 향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이 체제를 존중하며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1953년 정전협정에 머물러 있는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대화를 제안했다. 북한 핵능력을 억제할 실효적 방안도 관련 당사자들과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경축사 원문에서도 대화와 평화공존, 긴장완화가 주요 대북 메시지로 제시됐다.
그러나 현실의 남북관계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북한은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한 뒤 기존의 통일정책에서 돌아섰으며, 이재명 정부의 대화 제안에도 호응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가 실제 남북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한반도 긴장을 관리할 새로운 장치가 만들어질지가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일본에서는 과거사를 둘러싼 오래된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15일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하지 않고 공물을 보냈지만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 오노다 기미 경제안보담당상은 참배했다. 한국 외교부는 깊은 유감을 표했고 중국도 항의했다. 야스쿠니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약 250만명의 전몰자가 합사돼 있다.
정치·외교|‘평화체제’라는 오래된 숙제
한국전쟁은 1953년 평화협정이 아니라 정전협정으로 전투가 중단됐다. 73년이 지난 지금도 한반도는 법적으로 전쟁이 완전히 끝난 상태가 아니다. 이 대통령이 광복절에 ‘평화체제’를 다시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북한과 관련 당사자들이 대화를 시작해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를 논의하고, 북한 핵능력을 억제할 실효적 방안도 함께 찾자고 제안했다.
관건은 선언이 아니라 대화를 시작할 통로다.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적대적인 국가관계로 규정한 상황에서 과거 방식의 남북대화가 그대로 복원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군사적 억지력을 유지하면서도 우발적 충돌을 막고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장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이 정부 대북정책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일관계 역시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를 직시하면서 일본과 새로운 60년의 평화와 번영을 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같은 날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가 이어졌다. 역사 문제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안보·경제협력을 이어가야 하는 한일관계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하루였다.
경제·산업|수출은 역대 최대, 절반 가까이가 반도체
8월 초 한국 수출은 강한 증가세를 보였다. 관세청 잠정 집계에 따르면 8월 1~10일 수출액은 21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3% 늘었다. 8월 초순 기준 역대 최대다. 조업일수도 지난해와 같은 7일이어서 일평균 수출 역시 45.3% 증가했다.
눈에 띄는 것은 반도체다.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은 10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55.4% 늘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46.8%였다. 8월 초순 수출액의 거의 절반을 반도체 하나가 차지한 셈이다. 반면 승용차 수출은 80.9%, 선박은 58.2% 감소했다. 승용차 감소에는 자동차업계의 여름휴가가 지난해보다 8월 초에 집중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호황은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산업통상부 자료에서도 AI 서버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반도체 수출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수출이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일요일에 한 번 더 볼 것은 ‘수출 규모’보다 ‘수출 구조’다. 특정 품목이 전체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는 것은 한국 반도체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경우 경제 전체가 받을 충격도 커졌다는 뜻이다.
반도체 다음의 두 번째, 세 번째 수출 엔진은 무엇인가. 이번 주 수출 통계가 던지는 더 중요한 질문이다.
사회|피해자가 다시 모집책이 되는 코인 사기
비상장 코인 투자사기는 새로운 형태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최근 경찰은 가짜 가상자산 거래 사이트를 만들어 투자자 71명에게서 약 123억원 상당의 XRP를 받아 가로챈 혐의로 일당을 수사해 3명을 구속하고 해외 도피자 1명을 인터폴 적색수배했다.
더 주목할 점은 피해와 모집의 경계가 흐려지는 구조다. 고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사람이 자신의 원금을 되찾으려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피해자가 어느 순간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모집책이 되기도 한다.
사기의 포장은 시대마다 달라진다. 부동산과 유사수신에서 가상자산으로,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같은 기술 용어까지 동원된다. 그러나 “남들은 돈을 버는데 나만 뒤처진다”는 불안과 “이번만은 다르다”는 기대를 파고드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국제·동북아|야스쿠니에서 다시 만나는 역사
일본 패전 81주년인 15일 야스쿠니신사는 다시 동북아 외교의 민감한 현장이 됐다. 다카이치 총리가 직접 참배를 피한 반면 고이즈미 방위상과 오노다 경제안보담당상은 참배했다. 한국과 중국은 이에 반발했다.
같은 날 나루히토 일왕은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다시 언급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를 피했지만 자신의 공식 추도사에서는 과거 일본의 침략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반성 표현을 넣지 않았다. 일본 사회 안에서도 전쟁을 기억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여전히 하나가 아님을 보여준다.
광복절과 일본의 패전일이 같은 8월 15일이라는 사실은 동북아의 기억이 얼마나 긴밀하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이 과거사를 잊지 않는 것과 일본과 미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반드시 서로 충돌하는 과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정확한 역사 인식이 있을 때 미래 협력도 오래갈 수 있다.
기후|땅속 감자가 ‘삶아지는’ 여름
올여름 폭염은 기후위기가 환경 문제를 넘어 농업과 경제의 문제가 됐음을 보여준다. 영국 가디언은 강원도 양구의 감자밭에서 감자가 땅속 고온으로 물러져 농민이 “삶은 감자 같다”고 표현할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광주에서는 수박이 물러지고 전남 담양에서는 딸기 모종이 고온 피해를 입었다.
지난 2일 경남 양산에서는 기온이 42.5도까지 올라 1904년 근대 기상관측 시작 이후 한국에서 기록된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폭염으로 3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90만 마리가 넘는 가축과 약 140만 마리의 양식어류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에서도 40도를 넘는 지역이 잇따랐고 홍콩은 관측 이래 최고기온인 36.9도를 기록했다.
이제 폭염은 “올해 여름이 유난히 덥다”는 날씨 뉴스로만 읽을 수 없다. 농작물 가격과 농가부채, 야외노동자의 안전, 전력수급과 도시 인프라, 보험제도까지 연결되는 사회경제적 문제다.
사람|강원용 20주기, 박형규 10주기
올해는 여해 강원용 목사 서거 20주기이자 수주 박형규 목사 서거 10주기다.
강원용 목사는 2006년 8월 17일 별세했다. 종교와 정치·사회 각계의 대화를 중시하며 한국 사회에서 ‘대화의 문화’를 만드는 데 힘쓴 인물이다. 서거 20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대화·화해 정신을 돌아보는 추모 행사와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박형규 목사는 2016년 8월 18일 세상을 떠났다. 유신독재 시절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에 참여했으며 빈민과 노동자의 현장에도 섰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지난 12일 박 목사 10주기 추모예배 개최 사실을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두 목사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길은 같지 않았다. 강원용이 대화와 중재, 사회적 소통의 공간을 만드는 데 힘썼다면 박형규는 거리와 현장에서 권력에 맞섰다. 방법은 달랐지만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가 자라는 과정에 두 사람이 남긴 흔적은 분명하다.
정치 지도자의 말과 권력의 움직임만으로 현대사를 읽으면 놓치는 사람들이 있다. 종교인과 지식인, 노동자와 언론인, 이름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킨 시민들이다. 역사는 결국 그런 사람들의 삶까지 기록할 때 온전해진다.
이번 주를 넘기며
8월 셋째 주에는 먼저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대화 제안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관리할 구체적인 조치가 뒤따르는지도 중요하다. 한일관계에서는 야스쿠니 문제로 다시 확인된 과거사의 간극과 안보·경제협력을 어떻게 병행할지가 과제다.
경제에서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계속될지와 함께 한국의 수출이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지 볼 필요가 있다. 생활 현장에서는 기록적 폭염이 농업과 물가, 노동과 건강에 어떤 후유증을 남길지도 살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일요일에 질문을 하나 남긴다면 이것이다. 광복 81년을 기념하는 데서 그칠 것인가. 아니면 분단과 전쟁의 기억을 평화와 공존의 질서로 바꾸는 82년째를 시작할 것인가.
※ 자료 검색·정리에 AI의 도움을 받았으며, 기사 선정과 사실 확인·최종 편집은 아시아엔 편집진이 맡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