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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PQ, ‘인내지수’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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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름 붙이지 않은 것을 오래 기억하지 못한다. 사건이 아무리 중요해도 그것을 설명할 말이 없으면 흩어진 사실로 남는다. 기자의 일도 팩트를 찾아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여러 사실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 사람들이 기억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드는 일까지 포함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IQ가 그런 말이었다. 1912년 독일 심리학자 윌리엄 슈테른이 ‘지능지수’를 제안했고, 이후 IQ라는 짧은 두 글자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설명하는 세계적인 언어가 됐다. 1990년대에는 EQ가 등장했다. 머리가 좋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발견이었다. EQ는 1995년 대니얼 골먼의 책을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나는 요즘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이고 싶다.
PQ, Patience Quotient. 우리말로 ‘인내지수’다.

물론 PQ는 IQ처럼 표준화된 심리검사도 아니고, 필자가 학문적 이론으로 내놓으려는 말도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점점 부족해지는 한 가지 능력을 기억하기 쉽게 표현해보자는 것이다.

PQ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나는 이를 ‘기다림과 불확실성, 불편함을 견디면서도 감정과 판단을 쉽게 무너뜨리지 않는 힘’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버스가 늦을 때, 전화나 문자 답이 오지 않을 때,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 남들과 생각이 다를 때 우리는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는가. 원하는 결과가 즉시 나오지 않아도 화부터 내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가.

스마트폰은 세상을 빠르게 만들었다. 검색하면 즉시 답이 나오고, 주문하면 다음 날 물건이 온다. 영상도 몇 초 안에 재미가 없으면 넘긴다. 속도가 생활의 기준이 된 시대다. 그만큼 기다리는 능력은 약해졌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앞으로 더 중요해질 능력이 PQ인지도 모른다. PQ는 무조건 참고 견디라는 말과 다르다. 부당함을 참으라는 뜻은 더욱 아니다. 기다려야 할 때와 행동해야 할 때를 구별하면서, 조급함 때문에 판단을 망치지 않는 힘이다.

중요한 일은 대부분 시간이 걸린다. 사람을 얻는 데도, 신뢰를 쌓는 데도, 공부하는 데도, 조직을 만드는 데도, 한 사회가 변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씨앗을 심고 다음 날 땅을 파본다고 싹이 빨리 나오지는 않는다.

나는 오래전부터 현상을 짧은 말로 붙잡아보는 데 관심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에는 낙타(camel)와 코끼리(elephant)를 합친 ‘카멜리펀트(Camelephant)’라는 표현을 기사에 썼다. 당시 ‘느리고 둔하지만 부지런히 움직이는’ 조직의 역설을 설명하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했다.

1997년 일요신문에 연재한 ‘신한국군 1800일 비화’에서는 김영삼 정부 시절 군의 사기 저하를 설명하며 MQ, 곧 ‘Morale Quotient·사기지수’라는 말을 썼다. 하지만 말은 한번 쓴다고 살아남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기 경험을 그 말 속에서 발견하고 반복해서 사용할 때 비로소 하나의 개념이 된다.

PQ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말이 살아남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요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내 PQ를 시험받는다.

기다려야 하는 일 앞에서 조급해질 때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내 PQ는 몇 점인가?” 어쩌면 IQ와 EQ 못지않게, 우리가 앞으로 자주 물어야 할 질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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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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