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2023년 1월 10일 <전북일보>에 「이제 전북에도 동포(고려인)마을이 생겨야 하지 않을까?」를 기고한 바 있다. 이후 전북도의회 정책세미나(2023.6.9.), 제1회 전북백년포럼(2023.5.14.) 등 여러 자리에서 고려인마을 조성 방안을 발표하며 지역 정착의 필요성을 제안해 왔다. 또한 전북도의회 윤수봉 의원과 허형렬 의원, 그리고 전북 지역의 위병기·김규언·김정기 언론인들도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고려인 동포와 고려인마을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이러한 움직임에 맞추어 한국 내 고려인마을 구글 문화지도를 다시 제작하게 되었다.

2026년, 귀환동포 정착 정책의 새로운 출발
2024년 12월 6일 재외동포청은 ‘국내 동포’를 주제로 재외동포정책 학술포럼을 개최했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적 동포의 증가와 고령 동포의 모국 귀환 등 변화하는 정책 수요를 반영해, 본격적인 ‘국내 체류 동포 정책’ 시행에 앞서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가 함께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 과정에서 ‘국내 동포’라는 용어도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다. 이어 재외동포청은 2025년 국비 매칭(50%) 방식의 「지자체와 협력하는 지역별 재외동포 정착 지원사업」(6억 9천만 원)을 처음 시행했고, 2026년에는 귀환동포정착지원과를 신설하는 한편 관련 예산을 9억 9천만 원으로 확대했다. 또한 협력 대상도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교육청과 교육지원청까지 넓혀 정착 지원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본 사업도 2024년부터 시행되어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유형2(외국국적동포) 사업을 통해 충북 제천시와 경북 영천시에는 고려인 집거지가 새롭게 형성되기도 했다. 특히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 동반가족(F-1) 비자를 가진 가족도 취업할 수 있게 되면서 안정적인 정착에 도움이 되고 있다.
법무부 역시 2026년 1월 동포체류통합과를 신설하고,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산하 동포체류지원센터 예산으로 연간 20억 원을 책정했으며, 센터 수도 기존 23곳에서 37곳으로 늘렸다. 현재 주요 고려인 집거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동포 정착 지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고려인 청소년 교육,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
필자는 지난 4년 동안 귀환 고려인 동포들의 한국 정착 과정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고려인 집거지에서는 초등학교의 고려인 학생 비율이 50~90%에 이를 정도로 높아지면서 고려인 청소년 교육이 한국 사회의 현안이 되고 있다.
한국어 습득 기회가 충분하지 않고 또래 한국 학생들과의 교류도 거의 부재한 상태다. 또한, 충분한 진로 준비 없이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학생 시기부터 체계적인 진학 상담과 진로 코칭이 중요해졌다. 재외동포청 사업으로 양산시(양산고려인통합지원센터)가 시행한 2025년 양산·경주 고려인 청소년 진학 코칭에 참여했던 경주 화랑중학교 3학년 김베로니카 학생의 경우, 경주디자인고에 진학해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으며, 2026년 ADF-최재형 장학생에 선발되기도 했다. (<동포세계신문> 2026.6.8. “[정막래 인터뷰] 중학생이었던 김베로니카를 고등학생으로 다시 만나다”)
또한 현재 학교에 다니지 않는 고려인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교육과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아시아발전재단의 새로운 고려인 지원사업

2016년 창립 이후 아시아발전재단(ADF)은 다양한 고려인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2026년부터는 사업 방향을 새롭게 조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존 8주 과정의 고려인 직업훈련을 2026년 7월부터 4주 합숙 집중교육으로 개편했다. 일하는 고려인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 보다 효율적인 교육 방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고려인 창업과 재창업 지원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고려인과 한국인이 함께 협력하는 창업 모델을 지원하여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도모하고자 한다. 2026년 가을에는 러시아 전통빵과 한국빵을 함께 판매하는 ‘페치카 베이커리’가 문을 열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하나의 새로운 사업은 비수도권 지방 도시의 고려인 공동체 결성과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고려인 동포들도 교육·문화·의료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거점도시를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희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법무부가 현재의 인구감소지역뿐 아니라 경북 경주, 전북 익산 등 인구감소관심지역과 비수도권 거점도시로 이주하는 고려인 가족에게도 지역특화형 비자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연구에서도 비수도권 인구정책은 단순한 균등 분산보다 정착 가능성과 지역 파급효과가 큰 거점을 중심으로 일자리·주거 등 경제적 지원과 교육·돌봄·생활서비스 등 정주 여건을 함께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된 바 있다. (<경향신문> 2026.6.17. “비수도권 인구 유입 효과, 5년이 골든타임···거점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전북고려인협회의 ‘고려인 역사 읽기’ 모임
아시아발전재단은 2026년 7월 19일 첫 모임을 준비하는 전북고려인협회에 『함께 하는 고려인 이야기』(ADF 총서 3) 20권을 기증했다. 또한 협회가 진행하는 ‘고려인 역사 읽기’ 특강을 위해 ADF 자문위원인 정막래 호서대학교 교수를 강사로 초청하기로 했다. 강의는 러시아어로 진행되지만, 한국인 참가자들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발표 자료에는 러시아어와 한국어를 병기하였다.
앞으로도 전주글로벌다문화센터와 아시아발전재단은 전북고려인협회의 ‘고려인 역사 읽기’ 모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원할 계획이다. 이러한 활동이 고려인 동포와 지역사회가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