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졸업 50년’…그들은 왜 국방부 앞 1인 시위에 나섰나

이른바 군사정권 시기에는 육사 출신 군인과 예비역이 당연히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있었다. 그러나 민간정부 시기에는 오로지 국가안보의 선봉장으로서 그 역할을 다해 왔다. 그리고 군의 정치적 개입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만큼 그 위치를 정립해 왔다.
반면 민간정부는 군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군인을 줄 세우고, 능력보다는 학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군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군을 무력화시켜 왔다.
2024년 12월 3일 계엄령 사태는 군이 주도한 군사쿠데타가 아니다. 최악의 정치 구조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군 통수권자가 계엄을 선택했고, 여기에 많은 육사 출신 군인과 예비역을 활용한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사전에 만류하거나 설득하는 군인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군은 정치권에 의해 무력화되고 황폐해져 그런 용기 있는 군인이 없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왜 육사가 이러한 정치적 행위에 대해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 계엄 사태의 책임은 당시 거대 야당의 입법 및 무분별 탄핵 폭거와 당시 여당의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며, 군은 최고 통수권자의 지시를 수행했던 것이다. 군 고위 인사 가운데 육사 출신이 주력이었다는 것이 죄라면 죄일 것이다.

육사는 국가안보의 중추적 교육기관이며, 창군 이후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다고 자부한다. 1980년 이후 사관학교로서의 완전한 틀이 완성되었다. 태릉 지역의 역사성 또한 우리 군의 역사와 함께해야 할 중요한 가치다. 왜 육사가 정치적 사건을 빌미로 폐교되고, 군 역사의 성지에서 쫓겨나야 하는가?
지금의 생도들은 무슨 죄가 있는가? 정부는 사관학교 폐교 및 사관대학교 통합 추진을 중단하고, 군과 정ㅇ치권은 사관학교의 발전 방향과 정치권의 군 통제 방식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올바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의 군 인사 줄세우기, 군인들의 눈치 보기와 무소신, 감정에 따른 정치권의 보복 심리 등을 중단하고 국가안보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나는 오늘의 내가 있게 한 모교 육군사관학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적어도 1980년 이후 육사는 정치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고, 오로지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전후방 각지에서 국방에 매진하고 있는 후배 장교들, 풍전등화의 상황 속에서도 태릉에서 묵묵히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다.
정말 힘들고 고뇌에 찬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