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통증 앞에서 드러나는 ‘군인정신’…백골사단과 유럽 해골문양의 공통점

백골사단 <이미지 미디어HIM>

전방 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외과의사의 관찰에 따르면, 전방에서 손이나 얼굴을 다쳐 오는 병사들을 수술실과 외래에서 만날 때 통증을 견디는 태도는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상처를 벌려 상태를 확인하거나 국소마취의 날카로운 바늘이 들어갈 때, 어떤 병사는 이를 악물고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반면, 어떤 병사는 짧은 신음과 함께 몸을 움찔하며 긴장감을 숨기지 못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반응의 차이가 소속 부대의 성격과 전통에 따라 상당히 일관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특전사·해병대는 물론, 육군 안에서도 맹호·백마·백골처럼 파월 경험이나 6·25 전쟁의 혈전을 거친 부대의 병사들은 통증 앞에서 더욱 의연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단순히 군기가 강해서라기보다, 해당 부대가 공유해 온 집단 정체성이 개인의 통증 인지 방식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통증을 견디는 것은 단순한 개인적 강인함의 문제가 아니라, 병사가 속한 부대의 역사와 규범이 몸에 새겨진 결과라는 점을 진료 현장에서 확인하게 된다.

유럽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징과 전통이 존재한다. 필자는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한국군 백골사단과 유사한 해골 문양(Totenkopf)의 군기를 접한 바 있다. 이 상징은 수백 년 전부터 전투 최전선에서 사용돼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프로이센의 ‘죽음의 머리 기마대(Totenkopf Hussars)’는 18세기부터 해골과 장골 문양을 사용했다.

이 문양은 단순한 공포 장식이 아니라 분명한 선언이었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승리 아니면 죽음(Sieg oder Tod)”이라는 정신이 담겨 있었다. 이 전통은 이후 프로이센의 엘리트 부대와 돌격대 등으로 이어졌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기병과 돌격조 역시 같은 문양을 착용했다. 이는 죽음을 초월해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정신적 표식으로, 언어가 달라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징이었다.

한국군의 백골사단 역시 우연히 해골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창설 초기부터 사용된 ‘백골’이라는 명칭에는 ‘백골이 되어도 싸우겠다’는 결사의지와 6·25 전쟁의 참혹한 전투를 견뎌낸 장병들의 실전 경험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이는 유럽의 해골 문양 전통과 본질적으로 유사한 정서 구조를 갖는다.

즉, 죽음을 전제로 한 임무 수행, 전우의 죽음을 잊지 않겠다는 추모의 정신, 고통을 넘어서는 행동 규범, 그리고 부대 역사에 대한 개인적 책임감이다. 유럽의 ‘죽음의 머리 기마대’가 전투에서 퇴각하지 않는 부대로 명성을 얻었듯, 한국의 백골사단 역시 6·25 전쟁에서 수많은 혈전을 치른 부대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 병사 개개인의 태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응급실에서 외상 환자를 치료할 때 관찰되는 것은 단순한 신체적 상처가 아니다. 병사가 통증을 견디는 방식 속에는 그가 속한 부대의 역사와 문화가 반영되어 있다. 국소마취로 통증이 시작되는 순간, 백골·특전사·해병대 병사들은 신음 없이 턱을 굳게 다물고, 손을 내리지 않으면서도 어깨를 떨지 않으며, 먼저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한 통증 역치의 차이로 설명되기 어렵다. 이들은 훈련과 부대 문화 속에서 “고통은 약함이 아니라 임무의 일부”이며 “우리 부대 병사는 이 정도는 견딘다”는 규범을 이미 내면화하고 있다. 이는 유럽의 해골 문양을 사용한 병사들이 ‘죽음을 각오한 존재’라는 상징을 몸에 새긴 채 전장에 나섰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결국 통증이라는 가장 개인적인 반응조차 군대의 역사와 집단의 전통, 상징의 힘이 결합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백골사단 병사들이 통증 앞에서 의연한 이유는 그들의 부대기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죽음을 넘어선 의무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전방에서 온 외상 병사들의 상처를 치료하는 현장에서, 말없이 고통을 견디는 그들의 태도 속에서 오랜 전통과 전우들의 희생이 축적된 군인의 정신을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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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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