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이와 유사한 장면이 최근 국내 방송계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JTBC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에 중계권 재판매, 즉 비용 분담을 요청한 상황이 그것이다.
시계를 2019년으로 되돌려 보면 상황은 명확해진다. 당시 JTBC는 2026~2032년 올림픽과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며 시장 판도를 뒤흔들었다. 공영방송을 포함한 지상파 3사가 유지해 온 ‘코리아 풀(Korea Pool)’ 체제를 깨고, 막대한 광고 수익을 기대한 상업적 결단이었다. 그 시점에서 공영방송 KBS는 협력 대상이 아니라 경쟁 대상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2019년과 2026년 사이, 미디어 환경은 근본적으로 변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시청 행태는 급격히 분산되었고,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OTT 플랫폼이 주도권을 확보했다. 가족이 함께 TV 앞에 모여 스포츠를 시청하던 방식은 빠르게 약화되었다.
그 결과, 독점 중계권이라는 전략은 예상과 달리 ‘승자의 저주’로 돌아왔다. 막대한 비용 부담은 그대로 남았지만, 수익 구조는 약화되었고, 이는 결국 재정적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JTBC가 제시한 해법이 비용 분담이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진 부담을 이제 공영방송과 나누자는 것이다. 그 명분으로 ‘보편적 시청권’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명분이 경영 판단의 결과를 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논의되는 재판매 규모는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재정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특히 수신료 체계 변화 등으로 재정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외부 사업자의 위험 부담을 함께 떠안는 것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수신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이다. 따라서 재원의 사용은 공익성과 책임성에 기반해야 한다. 시장에서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선택했다면, 그 결과 역시 시장 논리에 따라 감당하는 것이 원칙에 부합한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한 중계권 협상을 넘어, 공영성과 상업성의 경계, 그리고 책임의 원칙을 묻는 문제로 볼 수 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 각 주체는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