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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레오 니로샤 다르샨, 익스프레스뉴스 에디터] 남아시아는 2026년 새해를 맞이하며 에너지 안보의 새로운 전기가 열릴 것이란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파키스탄은 안정적인 가스 수급 체제를 구축했고, 방글라데시는 카타르와 체결한 LNG 15년 장기공급 계약에 따른 첫 물량을 받았다. 스리랑카도 국가부도 위기에서 벗어나 점진적인 회복세를 기록하고 있었다.그러나 이달 초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봉쇄 된 것에 이어 세계 최대 LNG 터미널인 카타르의 라스라판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남아시아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구축해온 체제들이 되려 장애물로 변해버렸다.
전통적으로 남아시아의 에너지 수요는 페르시아만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2025년 기준, 파키스탄·인도·방글라데시 3국은 LNG 수입의 대부분을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의존했다. 특히 파키스탄은 원유의 약 90%를, 방글라데시는 전체 에너지 수요의 약 95%를 수입할 만큼 지역 의존도가 높았다.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및 미국의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쇼크는 단일 경로에 의존하는 에너지 수급이 구조적으로 얼마나 취약한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물론 이 같은 체제를 구축한 것은 남아시아의 각 당사국들이었다.
2022년 방글라데시는 국내 가스 생산이 감소하면서 LNG 가격 급등을 경험했고, 파키스탄은 경제난으로 국가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 스리랑카 역시 외환위기로 인한 IMF의 금융구제와 구조조정을 겪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이 LNG 공급을 선점하고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남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적도 있었다. 이에 각국 정부들은 중동과의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자 했다. 시장에서 가격을 끌어올리며 공급을 선점하자, 남아시아 국가들 입장에선 높은 현물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에 각국 정부들은 장기 계약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인 수급을 확보하고자 했다. 평소 MMBtu 당 10달러를 오갔던 LNG 가격이 2022년 전쟁 이후로 70달러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남아시아 국가들은 장기 계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가지 중요한 요소를 간과했다. 바로 공급 경로의 안정성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현 상황에서 이 계약들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글로벌 분석업체 ‘가스 아웃룩’은 이번 공급 차질로 남아시아의 스리랑카·방글라데시·파키스탄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2023년 6월 방글라데시가 카타르와 체결한 15년 단위의 LNG 수출입 계약은 괄목할 만한 성과로 주목받았다. 올해 초 첫 물량을 맞이하며 환호했지만, 두 달도 안 돼 환호가 원성으로 변해버렸다. 이란의 공격으로 카타르의 생산능력이 17% 감소했으며, 정상화까지 최대 5년이 걸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LNG 가격이 전쟁 이전보다 3배가량 급등함에 따라 방글라데시 정부는 사재기 방지를 위해 군부대까지 투입했다.
파키스탄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가스 비축량에 여유가 있었으나, 전쟁 이후 곧바로 공급 부족에 직면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2032년까지 177건의 LNG 수입 계약을 이행해야 하는데, 이는 현재 시세로 약 56억 달러(약 8조 3,428억원)에 달한다. 가스를 쓸 수도 없고 계약을 끊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연료난 여파가 비료 산업으로 전이되면서 식량안보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스리랑카는 더욱 취약하다. 앞선 두 나라에 비해 경제 규모가 작고 외환고도 부족해 연료 대기시스템과 주 4일 근무제를 긴급히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2022년 국가부도의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남아시아 국가들은 약 1,070억 달러(약 160조원) 규모의 LNG 터미널 및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은 LNG 수입 인프라를 기존의 두 배 가량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과 같이 불안정한 경로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추가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매몰비용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위기를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급자족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태양광 확대가 좋은 사례다. IEEFA에 따르면 태양광 1GW는 25년 간 약 30억 달러(약 4조 4,730억원)의 수입 비용을 절감한다. 무엇보다 태양광은 외부의 지정학적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다. 해협과 같은 외부조건에 의존하지 않는다. 에너지 주권 강화를 의미한다.
최근의 중동 사태 여파는 에너지 주권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남아시아 각국은 에너지 전략을 재검토하면서 지역적 구조에 의존할 것인지, 아니면 자급자족의 구조를 구축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이번 위기의 교훈은 명확하다. 에너지 안보는 타국과 체결한 계약서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자국의 의지와 그에 따른 생산 체계에 달려있다.
아시아엔 영어판: South Asia’s Energy Security: Three Nations Trapped on a Single Path – THE AsiaN
아시아엔 신드어판: ڏکڻ ايشيا جي توانائيءَ جي سلامتي: هڪ ئي رستي تي ڦاٿل ٽي ملڪ – THE AsiaN_Sind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