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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DJ의 가장 든든한 동지”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16주기에서 김홍업 이사장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아시아엔=김기만 바른언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 전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김대중 대통령의 둘째 아들이자 정치적 동반자였던 김홍업(金弘業)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24일 향년 75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1950년 7월 한국전쟁 직후 전남 목포의 한 방공호에서 태어나, 파란만장한 생애의 서막을 알렸다.

아버지의 정치와 함께한 소년 시절
김홍업 이사장이 겨우 11세였던 1961년, 아버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첫 국회의원 당선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박정희 군사쿠데타로 정치금지 대상자가 됐다. 이후 고인은 어린 나이부터 아버지를 통해 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목격했고, 안기부의 감시를 받는 예민한 소년 시절을 보냈다. 대학생이던 1971년 대선에서는 이미 선거 현장의 공기를 익히며 정치적 감각을 키웠다.

선거 전략가이자 아이디어맨
김 이사장은 아버지의 선거전략가이자 창의적 조력자였다. 1970년대 이희호 여사와 민주화 실천 가족들이 ‘까만 십자 테이프’를 붙이고 거리를 걷는 침묵시위 아이디어가 그의 작품이었다.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는 인기 그룹 노래를 개사해 만든 로고송 ‘DJ와 함께 춤을’로 선거판을 흔들었고, 이는 한국 선거사상 가장 성공적인 로고송으로 꼽혔다. 김대중 대통령도 훗날 “승리에 큰 공신”이라며 치하한 바 있다.

김홍업 이사장이 부친 영전에 헌화하고 있다.

고난을 함께한 동지
그는 단순한 아들이 아니라 DJ의 ‘고난의 동지’였다.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아버지가 투옥되자 즉각 구명운동에 뛰어들었고, 1980년 신군부의 사형선고 국면에서는 3개월간 도피하다가 체포돼 70일간 고문을 당했다. 미국 망명 시절에는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며 존 케리, 에드워드 케네디 등 미국 정치인들을 만나 DJ와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김근태 의원 고문 사건을 세계에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며 인권운동의 숨은 공로자로 남았다. 그는 “꼭 아버지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옳은 일이기에 나섰다”고 말하곤 했다.

시련과 명예 회복
2003년 알선수재 혐의로 옥고를 치른 일은 생애의 큰 오점으로 남았다. 하지만 당시 함께 있던 지인이 훗날 “검찰의 강압에 따른 허위 증언이었다”고 밝히면서 사건의 진실이 일부 드러났다. 언론은 그를 ‘홍삼 트리오 구속’으로 매도했지만, 그는 2007년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명예를 되찾았다. 그러나 정치 활동은 거기까지였다.

김대중평화센터와 DJ 유산 계승
2009년 아버지 서거 후, 고인은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으로서 유산 계승에 헌신했다. 2019년 형 홍일 씨와 모친 이희호 여사를 차례로 떠나보낸 뒤부터는 센터의 모든 일을 직접 책임졌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과 협의하며 DJ 정신을 기리고 확산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특히 2023년에는 박지만, 김현철, 노재현 등 전직 대통령 아들들과 회동을 주도해 극단적 정치 갈등 완화를 도모했다. 이는 DJ가 생전에 보여준 ‘용서와 화해의 정치’를 실천하려는 그의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김홍업 이사장

마지막 인사와 남겨진 의미
지난 8월 18일 김대중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에서 가족대표로 인사한 그는 “아버님 자서전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납니다. ‘나는 마지막까지 역사와 국민을 믿었다.’ 지금 그 구절을 다시 생각합니다”라는 짧지만 깊은 말을 남겼다.

배기선 전 국회의원은 “고인은 DJ라는 거대한 산에 눌려 삶을 다 펼치지 못했지만, 그 철학과 유산을 가장 성실하게 지켜낸 분”이라며 “신중하고 자상한 성품을 가진 그가 만년에 성경공부에 몰두한 것도 인상 깊다”고 회고했다.

김홍업 이사장의 삶은 아버지의 영광보다 고난을 함께 나눈 여정이었다. 그는 민주화, 인권, 정의라는 가치를 몸소 실천하며 ‘행동하는 양심’을 이어왔다. 한국 민주주의의 굴곡진 길 위에서 고난을 감내하며 살아낸 그의 헌신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기만

바른언론실천연대 대표, 김대중정치학교 대외협력본부장,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노조위원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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