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우리아이 일반실로 보내주세요”…부모 절규 8개월째, 대학병원 ‘모르쇠’

8개월째 중환자실, 식물인간 상태 속 병원은 묵묵부답
부모 “존엄치료 받을 권리조차 빼앗는 처사 너무 가혹”
2024년 12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척추측만증 교정 수술을 받은 10대 여학생 김주희(17, 백석중 3년) 양. 수술 회복 과정에서 심각한 폐렴이 발생했고, 호흡기내과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던 중 예기치 못한 비극이 발생했다.
의식을 회복한 김 양이 스스로 기도삽관관을 제거했지만, 병원 당직 의료진은 50분 동안 16차례에 걸친 재삽관 시도에도 실패했고, 이로 인해 산소 공급이 중단되었다. 결국 김 양은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생명은 건졌지만, 저산소성 뇌병증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고 있다.
부모 “일반병실로 옮겨야 아이를 돌볼 수 있습니다”
사고 이후 김 양의 부모는 수차례 병원 측에 일반 병실로의 전실을 요청해왔다. 중환자실은 감염 관리와 면회 제한 등으로 인해 하루 20분 이외에는 부모조차 자녀 곁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반병실로 옮겨야 가까이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고, 향후 장기 요양 계획도 세울 수 있습니다.” 김 양의 부모는 절박한 목소리로 호소했지만, 해당 호흡기내과 측은 “내부 절차”를 이유로 전실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간절한 요청 끝에 정형외과 담당의가 “정형외과 병동에서 한 달간 치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병원 측은 이 조치조차 공식 승인하지 않은 상태다.
존엄한 치료 요청에도 병원은 묵묵부답뿐
부모는 전실 요청과 더불어 ‘존엄한 치료’를 요구하고 있다. 요양병원으로 전원된 후 폐렴이 재발할 때마다 사설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을 전전해야 하는 ‘의료 난민’이 아닌, 의료사고 피해자로서 정당한 보호를 받고 최선의 치료를 받으며 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 측은 사고 발생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공식 사과나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요양병원 전원을 지속 권고하면서 보호자와의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
악화되는 상태… 그러나 손조차 잡을 수 없는 현실
의무기록에 따르면 김 양은 올해 4월 이후 다섯 차례 폐렴에 시달렸고, 욕창은 2기에서 3기로 악화돼 균이 검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수두증 진단까지 받으며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감염 위험을 이유로 보호자의 직접 간호나 체위 변경조차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 양은 여전히 가족의 손길이 닿지 않는 병상에 홀로 누워 있다. 전문가들 역시 “현 시점에서 가족이 곁에서 돌볼 수 있도록 일반 병실로 전실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병원 수개월째 무응답…책임 회피인가, 방관인가
김 양의 부모는 지난 4월 8일 병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병원장 면담 요청, 원무과 방문, 타 진료과 담당의와의 면담, 국회의원 및 보건복지부 민원 접수 등 다양한 경로로 문제 해결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병원은 단 한 차례의 공식적인 답변도 하지 않았다. 4월 29일 병원장 면담 요청은 원무과를 통해 거절됐고, 5월 14일에는 김 양의 어머니가 병원장 진료실을 직접 찾아가 전실을 요청했지만, 8월 21일 현재까지 석 달 넘도록 아무런 응답이 없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병원협회를 통해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며, 복지부에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이 접수됐지만, 이 역시 실질적인 조사나 중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김 양의 부모는 “책임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배려조차 없는 병원의 태도에 절망하고 있다”며 “과연 이런 일이 공공의료기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냐”고 되묻는다.
국민청원과 기자회견 준비…“아이 곁에서 손 잡고 있어주고 싶습니다”
김 양의 부모는 이제 국민청원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적인 공론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병원 측의 사과와 진상규명은 물론, 최소한의 치료권 보장을 촉구하는 이들의 외침은 단순히 한 가족의 호소를 넘어, 의료사고 이후의 대응 시스템, 환자의 권리 보호, 대형병원의 책임 윤리를 묻는 사회적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가 다시 일어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곁에서, 따뜻한 손을 잡고 함께 있어주고 싶습니다.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이 현실이 너무 가혹합니다.”
지금도 병원 앞에서 눈물로 외치는 부모의 절규는 여전히 응답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간절한 요구는 정말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한편 김주희 학생의 어머니 류선(49)씨는 21일 오후 2시 딸의 의료사고 피해 및 대학병원측의 조처 등과 관련해 ‘환자 샤우팅’을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에서 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