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맞은 임진년의 태양
지리산에서
유세차 임진년 새해벽두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두류산 장터목쯤에서
눈뜬채 잠든 흑룡의 눈에 그예 점 하나를 찍다
꼭 420년 전 그해도 임진년
그해 기운 오늘 다시 움트다
눈 부릅뜨고 이를 악 물어라
집중력 떨어져 넋 놓거든
비겁의 열성유전자 ?氣가 숙성돼
세간 구석구석까지
그 지질하고 역한 악취 닿아
심신 누추하고 경박하게 얼쩡거려
만방에 혐오를 자아낼지니
그예 눈동자 그려 넣거든
블랙홀 흡인마저 도도히 떨쳐내어
은하계까지
그 신령하고 강한 기운 닿아
만물 평화롭고 다정하게 어우러져
두루 널리 이롭게 이끌지니
입에 문 여의주면 어떻고
까만 눈동자면 또 어떠랴
– 2012년 1월1일 아침 지리산 백무동 입구에서-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일출을 천왕봉 정상에서 볼 엄두는 애당초 내지 않았다. 짙은 운무와 눈발 때문에 현지 해 뜨는 시각에 2012년 첫 날 지리산 일출을 본 사람은 없다.?하산한 뒤 늦게 짙은 운무를 뚫고 봉우리 위로 불쑥 솟아오른 임진년의 첫 해가 ?그래서 더 반가웠다.
한국인에게 2012년은 예년만큼,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중대하다. 아시아를 넘어 지구촌 사람들과 더불어 멀리 가는 ‘지속가능한’ 나라가 될 것인가를 가늠 짓는 중요한 일정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명산(名山) 지리산에서 새해 아침을 맞으면서 한국과 아시아의 번영과 화합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