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이슬람세력 전방위 옥죄기

무슬림형제단 해산 권고…무르시 지지자 11명 종신형

지난 7월 군부에 축출당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 세력에 대한 탄압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집트 군사법원이 민간인에 해당하는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들에게 종신형을 선고하는가 하면 현재 이 조직을 해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 이집트 법원은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이집트지사와 이슬람계 방송사에 대한 폐쇄를 명령해 군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에 이집트가 호스니 무바라크 집권 시절의 경찰국가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무슬림형제단의 옥죄기는 이집트 검찰이 지난 1일 무르시를 살인 교사 혐의로 기소한 것이 신호탄이 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카이로 대통령궁 앞에서 무르시 지지파와 반대파 간 충돌로 7명이 목숨을 잃을 당시 ‘살인과 폭력을 교사’한 혐의로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 단원 14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무르시가 당시 공개적으로 폭력 시위를 선동한 연설이나 기록은 없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4일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 중동연구소의 이슬람 운동 전문가 칼릴 알아나니는 “이집트 군부와 국가가 무슬림형제단의 재기 희망을 없애버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그는 이어 “무슬림형제단을 무력하게 만들려는 이러한 상징적인 시도는 국가의 정치적 행동으로 그 조직(무슬림형제단)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군부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기존 헌법을 개정할 검토위원회(이하 개헌위)의 위원 50명을 임명하고 본격적인 개헌 작업에 착수했다. 개헌위는 세속주의·자유주의 진영과 반(反)무르시파가 주도권을 쥐었다.

이번 개헌위는 무슬림형제단을 배제한 채 소수의 이슬람주의자만을 포함하고 있다.

다음 날인 2일에는 무슬림형제단 해산 권고안이 나왔다.

이집트 사법부 판사들로 구성된 위원회는 무슬림형제단이 “법적 테두리를 벗어났다”고 지적하고 이 조직의 해산과 카이로 본부 폐쇄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행정법원에 제출했다.

비정부기구(NG0)로 등록된 무슬림형제단이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선거 운동에 동참하는 등 정치세력화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해석이다.

이 권고안에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사법부의 이런 의견은 정치권에서 친 무르시 성향의 이슬람 세력을 척결하려는 군부의 노력에 힘이 될 전망이다.

무슬림형제단 옥죄기가 전방위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전날에는 군사법원이 무르시 지지자 11명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군사법원은 이들이 지난달 수에즈에서 군인과 군 시설을 공격한 혐의로 이같이 판결했으며 다른 45명의 무르시 지지자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집트 사법 당국의 이슬람계 언론사에 대한 탄압도 가속하고 있다.

지난 2일 법원은 이슬람 성향의 방송사 ‘알하페즈’에 폐쇄 명령을 내린 데 이어 다음날에는 알자지라 이집트 지사와 이슬람계 방송사 3곳 등 모두 4개사의 방송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허가 없이 불법 방송을 하고 콥트 기독교인에 대한 “증오를 조장하고 국민 화합을 해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집트 당국은 카이로에서 근무하던 알자지라 외국인 기자 등 3명을 영국으로 추방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 사정을 잘 아는 한 외교 소식통은 “이집트 전체 기자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군부를 지지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군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두려워하면서 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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