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개혁파 로하니, 이란 경제 살릴까

이란인 40% 극빈생활…핵협상 포용전략 필요

이란의 하산 로하니(Hassan Rowhani)대통령 새 정부가 8월4일 공식 출범했다. 온건개혁파로 분류되는 로하니 등장에 따라 이란문제 해결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이란문제란 간단히 말해 핵개발로 야기된 대외적핵협상과 경제제재 이슈다.

2005년부터 8년간 집권한 보수강경파의 아마니데자드 대통령은 대내외적으로 이슬람 중심의 강경 민족주의 정책을 추진한 결과 대내적인 경제의 비효율적 운영과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했다. 이란 경제는 2009~2013년 기간 중 실질 국민총생산이 4%에서 0.4%로 감소했다. 실질 인플레이션이 연 40%를 웃돌고 청년 실업자 수는 수백만 명을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란인의 약 40%가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경제의 구조적 비효율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나 이란 경제가 이렇게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역시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서방, 즉 미국과 EU의 경제적 제재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운 사정을 잘 간파하고 있는 로하니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이란의 국제적 고립을 종식시키고 저항보다는 개입정책을 선호할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써 협상에 의한 문제해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취임연설에서 “국제사회가 이란과 교류하려면 상호신뢰와 존중의 바탕 위에 적대 행위를 줄이고 협상해야 할 것”이라며 “올바른 대답을 얻고 싶다면 이란과의 대화에서 ‘제재의 언어’가 아니라 ‘존경의 언어’를 사용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2003년 핵협상에서 신축적인 태도를 보였던 온건개혁성향의 로하니가 대통령이 됐다고 핵협상이 마냥 순탄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란에서 로하니 대통령 당선을 통상적인 정권교체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이란은 신정국가체제로서 신의 대리인인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여전히 중요한 국가정책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모자이크 거울’ 좋아하는 이란인

이란은 역사적, 민족적, 지정학적으로 독특한 지형을 갖고 있다. 이를 잘 이해해야 대이란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첫째, 이란은 지정학적으로 세력균형과 지역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충이다. 이란은 동?서양을 연결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과거부터 실크로드의 중요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서남아와 아랍권을 연결하는 핵심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가스?석유 등 자원의 보고인 페르시아만과 카스피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란은 어느 한 나라에 의한 배타적 세력권 점유가 배격되는 곳이다. 세력균형과 지역의 평화?안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거점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란은 제국을 건설하고 이것을 운영한 경험을 가진 나라다. 이란인들은 페르시아 제국과 그 문명의 후예라는 자긍심과 더불어 제국 흥망성쇠 경험에서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을 터득한 민족이다. 제국의 유지는 단순히 군사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외교술(art of diplomacy)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서방측에 대응하는 이란의 적극적인 대 러시아, 대 중국외교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셋째, 이란인이 좋아하는 ‘모자이크 거울’처럼 겉으로 나타나는 왜곡된 상을 실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찬란한 페르시아의 영광과 문화 그리고 현재의 어려움, 현행 신정정치의 구시대적 권력구조, 서구의 세속화와 이슬람의 원리주의,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행태와 집안에서의 사적인 생활양태 등 이란인이 가지고 있는 여러 모순이 바로 ‘모자이크 거울’이다. 이란인은 원칙을 내세우기는 하나 갈대나 유체처럼 실용주의적이며 신축적임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상대방을 높이고 자신을 낮춤으로서 상대를 무장해제시킨 다음 협상을 자기 식으로 끌고 가고자하는 행태도 흔히 보게 된다.

이란의 핵협상문제는 핵농축의 정도를 저준위로 제한하려는 서방측 입장과, 이란의 핵농축권한 주장과 함께 경제제재 해제 주장의 입장 차이에서 보듯 타결이 쉽지 않다. 특히 이란은 이미 상당량의 핵물질을 개발, 비축한 상태에서 이스라엘에 대응하는 지역강국, 지역안정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핵 위협을 가진 이란을 중동지역의 안정과 세력균형을 저해하는 세력으로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란 핵협상은 이란의 핵농축 보유와 경제제재 완화가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compromise)되냐는 좁은 맥락에서 보다는 중동 전체의 세력균형과 안정이라는 보다 큰 전략적 관점에서 타결될 사안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미국의 대 이란 핵협상은 이란의 의중에 대한 어떤 유인책을 제시하기보다 국제적 경제제재와 군사적 조처 등 대 이란 압박 정책에 기반을 두어왔다. 온건개혁파이며 과거 핵협상에서 신축성을 보였던 로하니 대통령 당선에 미국과 서방측에서 기대감을 보이는 만큼 로하니 대통령이 신정체제라는 제약 속에서 협상을 유연하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하는 것이 이제 서방측의 몫이다. 대결과 저항보다는 서로 포용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