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로하니 첫 각료 과반이 ‘개혁·중도’
18명 모두 남성…대부분 전문성 갖춘 관료 출신
의회 인준 거쳐 확정…”강력한 반대는 피해갈 듯”
이란의 하산 로하니 신임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 가운데 개혁파와 중도 성향의 인사가 다수 포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AFP 통신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이 전날 알리 라리자니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18개 부처 장관 지명자 가운데 개혁 성향 인사는 절반에 가까운 7명에 달했다.
중도 성향 인사 4명까지 더하면 11명으로 중도·개혁 성향 인사가 과반인 셈이다.
이 밖에 독립 성향 인사가 4명이며 보수파 인사는 3명에 그쳤다.
보수파 각료 지명자 3명을 모두 내무부와 정보부 등 주요 권력 부처에 포진한 것은 보수 진영의 불만을 달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지명자 18명 모두 남성으로 상당수가 중도 성향의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정권(1989∼1997)과 개혁파인 무함마드 하타미 정권(1997∼2005)에서 관련 부처의 장관 등을 역임한 소관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관료 출신이다.
이는 로하니 대통령이 강조한 ‘능력 위주의 인사 원칙’에 따른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 지명자는 라프산자니 정권에서 유엔대사(1989∼1992)를 지낸 외교관 출신으로 로하니와 함께 핵협상에 참여해 우라늄 농축을 한시 중단하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준 바 있다.
미국 덴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영어에도 능숙한 그는 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핵협상의 주도권이 최고국가안보위원회에서 외무부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비잔 남다르 장가네 석유장관 지명자는 하타미 정권에서 석유장관(1997∼2005)을 지낸 전문 관료 출신으로 당시 에너지 분야에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로하니 정부의 첫 각료 지명자에 대한 이란 국내 언론의 평가는 엇갈렸다.
개혁 성향 언론은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보수 성향 언론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정부가 구성됐다는 등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보수 성향 일간지 카이한은 이날 사설에서 장가네 석유장관 지명자가 가택 연금 중인 개혁파 야권 지도자 미르 호세인 무사비와 가까운 사이라고 지적했다.
각료 지명자 18명은 1주일 안에 예상되는 의회의 신임투표 등 승인 절차를 거쳐 임명이 확정된다.
익명을 요구한 테헤란의 한 외교관은 “보수파가 장악한 의회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지만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로하니 대통령은 별도의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제1부통령을 포함한 부통령 6명과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의 주요 보직 인사도 단행했다.
제1부통령에는 개혁파인 하타미 전 대통과 가까운 에샤크 자한기리 전 광업장관이, 비서실장에는 무함마드 나하반디안 이란상공회의소장이 각각 임명됐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미 영주권 소지자인 나하반디안 비서실장은 로하니 정부 경제 정책의 조정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 온건 노선을 표방하는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6월 14일 대선에서 중도-개혁 연대를 이뤄 유력한 보수 진영 후보들을 상대로 50.7%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