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아사드 물러나면 평화 되찾을까
10만명 스러져간 거대한 도살장, 시리아 내전 2년
시리아에서 민주화의 요구로 시작된 평화시위가 내전의 양상으로 번진지 어느덧 2년이 넘었다. 평화시위 초반 일부지역 정부군의 폭력적인 탄압은 시위대로 하여금 무기를 들게 했고, 극한의 열등적인 상황의 무장 시위대는 짧은 기간 동안 시리아의 기반시설을 수십년 전으로 후퇴 시킬 만큼 파괴적으로 위협적인 반군으로 성장했다. 지금 시리아는 반군 장악지역과 정부군 장악 지역, 절반으로 쪼개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반군을 적극 지지하는 터키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의 북서쪽 도시들은 완전히 반군 손에 넘어갔고, 터키 내 시리아 난민촌은 이미 반군 양성소, 훈련소로 사용된 지 1년이 넘었다. 시리아의 도시, 마을들은 주민의 정치적 성향과 전략적 중요성에 따라 다양한 무장그룹의 통제에 들어갔다.
2011년 평화적 시위를 정부군이 무자비하게 진압했을 때 국제사회는 시위대 아니면 정부 어느 한쪽이 몇 달 안에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예상과 달리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중동지역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자랑했던 시리아 군과 맞서 ‘내전’ 수준으로 싸울 정도로 강한 반군으로 성장했다.
이런 배경에는 외부세력의 지원이 따랐다. 서방국가를 포함해 카타르, 사우디와 터키 등 수니 이슬람 국가들은 반군을 양성하는데 엄청난 규모의 금액을 쏟아 부었다. 시리아 사태가 심화됨에 따라 레바논의 무기 암시장에서 칼라슈니코프 소총이 이전의 수십 배로 뛰었지만,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카타르, 사우디의 적극적 지원 하에 반군은 충분한 양의 무기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이 국가들은 시리아 주변국가의 난민촌에 반군 전용 요양소와 훈련캠프를 짓고, 난민을 선별해 반군으로 양성시켜 다시 전선으로 들여보내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자유시리아군, 파루크여단, 알 누스라 등 반군 색체 다양
반군은 크게 탈영한 시리아 정부군 출신이 주축이 된 자유시리아군(Free Syrian Army)을 중심으로, 이념, 목표에 따라 다양한 무장조직들로 구성돼 있다. 규모면에서 가장 크고 잘 알려진 자유시리아군은 초기엔 반 아사드 저항의 중심에 있었으나 지금은 조직의 하부그룹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나 구심력이 없다. 단지 아사드 정권 타도라는 큰 의미에서 자유시리아군의 이름하에 다양한 무장조직들이 존재해 각 지역 단위로 제각기 다른 목적과 종교성향을 지닌 지도자에 의해 통제되고 있고 따라서 이들 간의 분열도 상당하다.
얼마 전 사람의 심장을 먹어 논란이 된 파루크 여단도 이 자유시리아군의 일부였다가 여러 반군 그룹들과 합쳐서 독립했다. 자율적으로 활동하지만 자유시리아 군 이름하에 함께 싸우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얼마 전에 알카에다와 연계세력으로 밝혀진 알 누스라 전선과 같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반군조직들도 많다.
알 누스라의 경우는 매우 극단적인 종교색채를 가지고 있으며 시리아 도심에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일련의 대규모 폭탄테러의 배후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리비아, 체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의 전장에서 온 다양한 국가 출신의 용병들이 시리아 정부군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들 용병은 무장반군 출신으로, 잔인하고 극단적성향의 이슬람 주의자가 대부분인데 그 수가 대략 수 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독자적인 여단을 이끄는 등 시리아 내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병들을 포함해 많은 극단주의 반군조직은 사우디 아라비아, 카타르 등 걸프국가에서 자금을 지원받고 있고, 시리아 정부는 이들을 향해 시리아를 붕괴시키려는 외부세력이 테러리스트를 지원한다고 비난했다.
반면, 시리아 정부군은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공급받는 것으로 열려져 있고, 레바논 출신의 헤즈볼라로부터 병력을 지원받고 있다. 또한 이들은 자체적으로 준군사조직인 민병대 샤비하를 운영하는데 이들이 자행한 무자비한 만행으로 악명 높다.
알자지라·BBC·로이터 vs 사나통신·러시안투데이·이란프레스TV
소요 초반부터 국제사회에 시리아 사태를 알린 데에는 <알 자지라>의 역할이 매우 컸다.?? 알 자지라는 다양한 전장에서 공정한 시각의 보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시리아에서는 대부분 반군소식통에만 의존하고 검증되지 않는 비디오 등으로 상황을 과장, 왜곡해 공정성을 잃었다. 그들이 보도한 많은 정부군의 악행중 상당수는 추후에 조작된 영상, 정보 등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2011년 이후 알자지라의 시리아 보도를 담당하는 베이루트 지국장 등 많은 직원들이 <알 자지라>의 편향성에 반대하며 사표를 냈는데, 카타르의 왕자가 알자지라의 소유주라는 사실을 봤을 때 카타르의 정치, 외교적 방향이 알자지라의 보도에 그대로 투영되었다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알자지라 외에도 BBC, 로이터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론은 영국에 위치한 ‘시리아인권관측소’의 발표에 근거해 시리아 내부 상황을 보도했다.??? 이 단체는 시리아 내부에 있는 반정부 활동가와 전화통화, 인터넷 통신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 발표해온 반정부성향 단체이다.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반군 소식통에만 의존하는 등 그 진위여부가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방언론 뿐 아니라 UN, 다양한 인권단체들은 이들의 정보에 의존해 시리아 인권상황 보고서를 작성 하였고 이는 국제사회에서 시리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작용했다.
시리아 정부 측에는 관영통신인 사나통신과 러시아의 러시안 투데이, 이란의 프레스 티비, 레바논의 알 마나르 TV 등이 우군의 역할을 하고 있고, 이들의 발표 역시 공정성과 거리가 먼 것은 마찬가지다. 시리아 내전은 이렇게 정치성향에 따라 둘로 나뉘었으며 이런 치열한 경쟁은 유튜브 까지 번졌다.
수니파 모두 아사드 등졌다? 여전히 지지 국민 많아
시리아 정부군과 반정부군 양측 모두 서로를 종파주의를 조장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시리아 내전을 마치 종파 간 전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아사드 가문은 소수인 알라위파이고, 인구의 대다수가 수니파이지만 시리아에는 그 외에도 그리스정교회, 카톨릭, 이스마일리야, 드루즈, 12이맘파 등 다양한 종교가 있고 아르메니안, 쿠르드족, 팔레스타인인 등 다양한 민족이 뒤섞여 사는 모자이크 같은 국가다.
시리아가 이런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아사드 정권의 세속주의 정책 때문이었다. 보다 효과적인 통치를 위해 하페즈 알 아사드는 정권을 잡은 이후부터 시리아에서 철저하게 종교색을 배재했고, 무슬림 형제단 등의 이슬람주의 단체를 탄압했다. 별다른 종교, 민족갈등이 없었던 시리아는 내전의 기운이 드리움에 따라 양측은 서로를 비난하고 지지자를 없애기 위해 종파주의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같은 가문, 종교끼리 모여 사는 시리아의 특성상, 한 마을을 공격해 놓고 서로 상대측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었다.
외부에서는 모든 수니파가 아사드에 등을 돌렸고, 정부군은 오직 소수 알라위파와 러시아가 지원한 무기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지역별 차이는 있으나 인터뷰 결과 최소한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직까지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상당수가 수니파이고 또한 정부군 내부 구성을 살펴봐도 수니파 병사가 전체의 60%이상을 차지한다. 많은 소수 종파와 소수민족들 대부분이 아사드 정권 몰락 시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몰고 올 시리아의 수니 이슬람화 혹은 와하비즘 확산을 우려해 정부군 측을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리아 내전을 아사드의 알라위파 대 대다수 수니파의 구도로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인 것이다.
화학무기는 정부군 아닌 반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
오바마 정부가 레드라인이라고 까지 경고한 화학무기가 실제 시리아 내부에서 사용된 것 같은 비디오가 나돌고 있다. 누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놓고 양측의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5월 6일 유엔 독립조사위원회의 카를라 델폰테 위원은 시리아 반군이 화학무기인 사린가스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유엔과 대부분의 서방 국가가 주장한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정 반대로 뒤집는 조사결과였다. 이번 발표가 나기전인 2013년 1월에는 영국 군수업체 BRITRAM의 재무담당 최고책임자 David Goulding의 이메일이 해킹됐는데, 거기엔 그가 직장동료인 Phillip Doughty에게 워싱턴의 승인이 난 시리아 반군에 화학무기를 전달하는 계획이 담겨있었다.
내전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이스라엘은 두 차례 다마스커스에 공습을 가해 50명이 넘는 시리아인이 사망했다. 폭격의 한 이유를 놓고 많은 추측이 오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보관하고 있는 이란제 미사일이 헤즈볼라로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무기 저장 창고를 폭격했다고 발표했지만, 근본적으로 이스라엘이 원하는 것은 시리아 내전을 헤즈볼라와 연루시켜 이란에 대한 공격근거 마련일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던 2006년부터 수십 차례 이란의 공격의사를 밝혔고, 기회를 엿보았으나 미국의 반대로 좌절됐다. 2012년 가자 침공 때도 하마스가 사용한 이란제 무기 의혹을 들먹이며 지속적으로 이란에 대한 적대적 긴장관계를 유지한 바, 이번 공습 역시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의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시아 커넥션을 확실히 가시화 시켜, 이란정권의 존재가 이스라엘에 눈엣가시 이상의 위협이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재확인 시키는 기회였다.
시리아 내부서 평화적 해결 움직임 감지
시리아 사태를 놓고 국제사회는 군사적 개입이냐 아니냐에 더욱 초점을 두고 있고 이는 마치 시리아인 스스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지만 실제 시리아 내부에서 평화적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있다.
가톨릭 수녀 마리암 아그네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사가 모인 ‘무살라하’가 대표적인 예인데, 이 단체는 정부부터 필요하면 알 누스라 전선같이 극단적인 그룹까지 두루두루 접촉하며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서 다양한 위협을 무릅쓰고 활동하는 평화 활동가들은 일단 살육을 중지하고 평화를 위한 회담을 하자고 주장한다. 외세의 개입 없이 평화롭고 민주적인 절차로 정치를 개혁하자고 하는 이들의 주장은 당장 손에 무기를 든 이들과, 이권이 개입되어 있는 주변 중재국들한테는 별로 흥미롭게 들리지 않는다.
아일랜드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자 매리어드 매과이어와 8개국의 16명의 평화활동가는 2013년 5월 1일부터 11일까지 시리아로 들어가 정부군과 반군까지 다양한 정치그룹과 전쟁으로 고통 받는 시리아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 최종 보고서에서 이들은 많은 시리아 인들이 그렇듯 시리아가 외세의 개입으로 이라크와 리비아처럼 회복불능의 내전상태로 파괴되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분열된 시리아 사람들간의 회복의 가능성과 희망을 엿봤다는 이들은 보고서 말미엔 최선의 방법은 평화롭게 그들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가는 것이라 덧붙였다.
시리아의 내부 상황은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있고, 그나마도 반군지형을 택한 서방 시각의 보도가 대부분이다. 확실한 것은 예상보다 내전이 장기화되고 있고, 여기에는 수많은 국가와 단체의 이권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이다. 5월 28일 EU는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금수조치를 해제했고 이 조치가 시리아 내전을 완화시킬지 아니면 심화시킬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역사의 전례를 봤을 때 외부의 군사개입은 내부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 분명하며, 아사드 정권이 물러난다 하더라도 종파주의의 심화로 시리아는 제2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