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선 통한 변화 모색
“사람들은 변화를 원합니다. 겉모양이 아닌 시스템 자체가 변하길 바랍니다.”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州)내 연방직할부족지역(FATA)의 모만드 구역(district, 읍 규모 행정단위)에 사는 미라지 알리는 오는 11일 총선을 두고 이렇게 밝혔다.
아프가니스탄과 가까운 FATA는 아프간 탈레반은 물론 파키스탄 탈레반(TTP)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후방기지로 삼아 활동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고 부른다.
이런 지역의 유권자 170만 명이 총선에 불참하라는 TTP의 ‘명령’을 거부하고 총선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AFP 통신이 4일 전했다.
각 정당 후보는 이 지역에서 한 표라도 더 얻고자 사상 처음으로 유세전을 펼치고 있다. 이는 집권 파키스탄인민당(PPP)이 이끄는 현 정부가 부족민 목소리를 국정에 더 많이 반영하고 무장세력 준동을 통제하고자 시행한 개혁조치 덕분이다.
하원 12석이 배정된 FATA에선 339명이 출마했다. 이들 가운데 81명만 정당 소속이고 나머지는 무소속이다.
FATA 곳곳의 건물 옥상, 가게, 시장에는 주요 정당의 깃발이 날리고 있다.
각 정당 후보는 민주주의는 반(反) 이슬람적이라며 총선을 반대하는 파키스탄 탈레반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탈레반 등 무장세력 공격에 파키스탄 전역에선 지난 11일 이후 60명 이상이 숨졌으나 놀랍게도 FATA를 구성하는 7개 구역에선 희생자가 없다.
FATA 유권자들은 세속주의 성향인 PPP 주도의 연립정부가 지난 5년간 자신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아무런 힘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주민의 삶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하루 24시간 중 21시간 동안 전력공급이 끊긴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단전 시간인 하루 8시간과 비교할 수 없다.
실업은 만연해 있다. 학교는 탈레반 등 무장세력 공격에 노출돼 있다. 이런 상황은 15세 이상 인구 중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 문자해독률을 계속 끌어내리고 있다.
이들 주민은 또 현 정부가 FATA에서 무장세력과 싸우느라 주민 수만명이 피란해야 했다고 비난했다.
따라서 PPP 등 세속주의 정당보다는 이슬람을 존중하는 야당으로 분류되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와 테흐리크-에-인사프(PTI)를 선호한다. PML-N의 총재 나와즈 샤리프는 이미 총리를 두 번 지낸 인물이고 PTI를 이끄는 임란 칸은 크리켓 국민스타 출신이다.
FATA에선 특히 칸 총재가 만만찮은 세를 얻는 것으로 평가된다.
조그마한 진료소를 운영하는 알리는 “PML-N과 PTI가 이 지역에서 지지도가 높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모만드에서 교사생활을 하는 모함마드 샤(43)는 “이번 총선에서 우리 문제를 해결할 정직한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잠루드 타운의 한 약국에서 근무하는 라키브 울라(27)는 “예전에 지역구 의원들은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가서 유권자를 팔아먹었다”면서 “이제 우리는 부패세력을 일소할 수 있는 혁명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