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빌럼-알렉산더르 국왕’ 즉위
베아트릭스 여왕 양위…123년만에 남성 국왕 탄생
네덜란드의 빌럼-알렉산더르(46) 국왕이 30일 즉위했다.
베아트릭스 여왕이 재위 33년 만에 이날 빌럼-알렉산더르 왕세자에게 양위함으로써 ‘여왕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123년 만에 남성 국왕이 탄생했다.
네덜란드에서 남성이 왕위에 오르는 것은 1890년 빌럼 3세 사망 당시 10살이던 빌헬미나 여왕이 즉위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새 국왕 즉위식은 베아트릭스 여왕이 즉위한 날인 4월 30일을 기념하는 ‘여왕의 날’에 맞춰 거행됐으며 세계 각국의 왕족 및 축하 사절, 그리고 관광객 등 100만명이 왕궁이 소재한 암스테르담에 온 것으로 추산된다.
베아트릭스 여왕은 암스테르담의 담 광장에 위치한 왕궁에서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즉위 행사 시작과 함께 양위 문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빌럼-알렉산더르 왕세자는 새 국왕으로 등극했다. 이와 함께 아르헨티나 출신의 부인 막시마 소레기에타는 왕비가 되고 장녀 카타리나-아말리아(9) 공주가 서열 1위 왕위 계승권자가 됐다.
빌럼-알렉산더르 국왕은 세 딸을 두고 있다. 따라서 빌럼-알렉산더르 왕 이후 네덜란드는 다시 여왕시대로 복귀하게 될 전망이다.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 준 베아트릭스 여왕은 왕궁 발코니에서 군중들에게 “나는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여러분에게 새 국왕을 소개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중들은 “베아트릭스 감사합니다”를 연호했다.
베아트릭스 여왕이 발코니에서 물러난 후 빌럼-알렉산더르 신임 국왕이 막시마 왕비, 그리고 세 공주와 함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빌럼-알렉산더르 국왕은 “어머니, 당신은 33년간 훌륭하게 여왕 직무를 수행한 후 왕위를 물려주었습니다. 우리는 당신께 깊이, 깊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양위 의식에 이어 이날 오후에는 네덜란드 왕실의 전통적인 즉위식 장소인 니우버 케르크 성당에서 즉위식이 열린다. 또한 이날 행사는 새 국왕과 왕비가 암스테르담 수로에서 보트를 타고 이동하면서 시민들의 축하를 받는 순간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국왕 즉위식에는 영국의 찰스 왕세자 부부, 나루히토 일본 왕세자 부부 등 전 세계 18개국 왕족이 참석했다. 찰스 왕세자는 1980년 당시 베아트릭스 여왕의 즉위식에도 참석한 바 있다. 또한 한국을 비롯, 21개국에서 축하 사절을 보냈다.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경축사절로 참석했다.
이날 즉위 행사의 보안을 위해 1만여명의 경찰이 암스테르담 주변에 배치됐다. 사복 경찰도 3천명이 배치됐고 수 많은 공무원들이 행사를 도왔다. 암스테르담 상공은 보안을 위해 즉위식 전후 3일간 폐쇄됐다.
베아트릭스 여왕은 지난 1월 28일 TV 연설을 통해 4월30일 자로 왕위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베아트릭스 여왕은 선대 여왕들이 생존 시 양위를 통해 물러난 것처럼 퇴위를 결정했다.
빌헬미나 여왕은 1948년 자신의 딸 율리아나에게 왕위를 물려주었고 율리아나 여왕은 1980년 역시 딸 베아트릭스에게 왕위를 넘겨주었다.
양위한 여왕들은 ‘전 여왕’으로 불리지 않고 ‘공주’로 호칭되는 전통에 따라 베아트릭스 여왕은 앞으로 베아트릭스 공주로 호칭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