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만델라 방문 여당지도부 비난 여론
매우 쇠약한 만델라 모습에 국민 ‘거짓말마라’ 격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이콥 주마 대통령 등 집권당 지도부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방문하고 나서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총재인 주마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부총재, 발레카 음베테 전당대회의장 등은 지난 달 29일 오후(현지시간) 요하네스버그 만델라 자택을 방문해 그와 기념촬영을 했다.
주마 대통령의 방문에는 국영 TV인 SABC 방송 취재진이 동행 취재한 뒤 이를 29일 밤에 방영했다.
주마 대통령은 SABC와 인터뷰에서 “마디바(만델라 존칭)가 건강한 상태이며 그와 대화도 하고 악수도 했다. 그는 미소를 짓기도 했다”며 “(만델라가 건강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SABC가 방영한 영상을 보고 난 남아공 국민은 트위터 등을 통해 ANC 지도부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출했고 뉴스전문 TV 채널 eNCA와 라디오와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전하는 EWN 등은 30일 오전 이를 중요 뉴스로 보도했다.
문제의 영상에서 ANC 간부들은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였으나 만델라는 무표정한 데다 말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안락의자에 앉아 하반신에 담요를 덮고 있는 등 쇠약한 모습이었다. 오는 7월로 95세가 되는 그는 때로 눈을 깜빡이는 등 피곤한 듯한 기색이었다.
이에 대해 텐다이 션 조는 트위터에서 “마디바를 혼자 있도록 내버려두라. 뉴스에 소개된 비디오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가 집에서 평안하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놔두라”라고 했다고 EWN은 소개했다.
EWN은 많은 다른 사람들이 동조하는 글을 올렸다고 소개했다. 한 시민은 댓글에서 “ANC가 마디바를 이용하는 게 역겹다. 그러면서 그들은 (야당인) DA(민주동맹)가 홍보에 마디바를 이용한다고 비판한다. 당신들은 위선자들이다”라고 비판했다.
DA는 최근 당 홍보 광고에 만델라와 고 헬렌 서즈만이 포옹하는 사진을 실었는데 ANC는 DA가 만델라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서즈만은 과거 백인 정권에서 흑인차별정책을 반대했던 백인 여성 국회의원이다.
이와 함께 eNCA는 인터넷판을 통해 한 트위터 이용자가 “그(만델라)는 머리조차 움직일 수 없었는데도 주마는 그의 건강이 좋다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그(만델라)는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했는데 이게 바로 우리가 그를 대하는 모습이다”라며 동물원의 동물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처럼 논란이 일자 ANC의 잭슨 음템부 대변인은 남아공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만델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옳은 일이라며 항변했다.
음템부 대변인은 “마디바의 최근 모습을 보고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이 있지만 우리(ANC)는 비록 쇠약한 상태에 있을지라도 마디바를 세계와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뉴스통신 사파는 전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마디바를 여러 해 동안 보지 못했다. 이제 국민은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우리는 그의 건강 상태에 만족한다. 그는 더는 젊은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남아공의 초대 흑인 대통령이자 민주화 투쟁의 상징인 만델라는 지난 2010년 남아공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폐막식에 모습을 보인 이래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월 폐렴이 재발해 10일동안 입원했다가 퇴원하는 등 최근 여러차례 병원에 입원해 진료를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