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소장 맞이하는 25살 한국 헌법재판소

이강국 소장, 임기 말 아시아헌재연합 결실 위해 외유…새 소장 후보자는 긴장모드

지난 1988년 설립돼 오는 1월21일 5번째 소장을 맞이하는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2007년 1월 취임해 임기 6년을 채운 현 이강국 소장을 곧 떠나보낸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새로 헌재소장 후보로 추천된 이동흡 전 재판관을 맞이할 전망이다.

이강국 헌재 소장은?(사진 위로부터)?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헌법재판기관을 잇따라 방문, 아시아 가국에서 헌법재판제도의 교류와 협력 방안을 상의했다.

이강국 소장은 임기 중 거둔 국제협력업무 결실을 추스르는 차원에서 외유에 나섰다. 뜻 깊게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한편으로 헌재 식구들이 새 리더를 맞을 준비에 전념토록 배려하는 의미도 있다. 반면 새 헌재소장 후보자 이동흡 전 재판관은 이 소장 퇴임식도 못보고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시련을 겪을 전망이다.

이강국 헌재소장은 2010년 7월 출범한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아재연합)’ 초대 의장이다. 지난 2012년 5월22일 창립총회를 서울에서 유치했고, 오는 1월21일 퇴임을 앞두고 아재연합에 속한 아시아 4개 나라를 방문했다. 헌법재판제도 교류협력을 위한 외유로 임기 막바지를 뿌듯하게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강국 소장은 11일 와싼 쏘이피쑤드(Wasan Soypisudh) 태국 헌법재판소장을 만나 헌법재판제도 공동연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난해 5월 ‘아재연합’ 창립총회 때는 찰럼폰 아케 우루(Chalermpon Ake Uru) 태국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참석했었다.

이 소장은 하루 전인 10일 말레이시아의 아리핀 자카리아(Arifin Zakaria) 연방법원장을 만나 양국의 헌법재판제도와 교류협력 강화, 아재연합의 역할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선물을 교환했다.

이에 앞서 8일에는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를 방문, 마후드(Mahfud MD) 헌법재판소장과 선물을 교환하고 양국간 교류협력 강화 방안 등을 숙의했다.

3일 출국한 이소장의 첫 방문지는 헌법재판소 기능을 대법원이 겸하고 있는 필리핀이었다. 마리아 루르데스 세레노(Maria Lourdes P.A. Sereno) 필리핀 대법원장을 만나 양국의 교류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는 야당과 일부 언론의 공격이 시작되자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경향신문>은 10일치 신문에서 “이 후보자는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재판관 가운데 유일하게 분향소 참배에 불참, 논란이 된 바 있다”고 보도했다.

또 “후보자가 지난해 9월 재판관 퇴임 후에도 개인 물품을 헌재 내 창고에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헌재 재판관 복무 중 (외교부에 근무하는) 딸과 함께 공용차를 이용해 출근했고, 딸 출근시간에 맞추기 위해 1시간 정도 일찍 출근, 부속실 직원들도 덩달아 일찍 출근해야 했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인 이동흡 후보팀 관계자는 그러나 11일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해명자료에서 “노 전 대통령 조문과 관련, 당일 재판소에서 개별 분향하기로 결정돼 모친을 병문안했는데, 후보자가 병원으로 출발한 뒤 방침이 바뀌어 재판관들 전체가 함께 분향을 가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나중에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분향을 실제로 했고, 판사 시절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로 활동해 친분이 있었다”면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재판관 임명을 받은 사람으로서 추모분향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퇴임 뒤에도 개인 짐을 헌재에 보관한 이유에 대해선 “퇴임 후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회수하는 것이 늦어졌다”면서 “일부 언론 보도처럼 ‘다시 헌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딸을 관용차에 태운 점에 대해선 “딸 근무지인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가 헌재와 가까워 출근 때 동승한 적이 있고, 비서실 직원들도 평상시 재판관보다 일찍 출근하는 정도였다”고 해명했다.

헌법상 헌법재판관만 헌법재판소장직을 맡을 수 있으므로, 이동흡 후보자는 헌법재판관과 헌법재판소장에 동시 임명된다.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는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검증 과정만 거친다.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처리되면 우리나라 최초의 헌법재판관 출신 헌법재판소장이 된다. 헌법재판소장은 지난 24년간 이강국 소장을 비롯해 줄곧 외부 출신 인사가 소장을 맡아왔다.

헌재는 재판관의 78%가 특정 대학 출신이라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소장을 포함한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서울법대 동문, 7명이 서울대 동문(1명은 사회대)이다. 여성 재판관 1명이 고려대 법대, 1명은 경북대 법대 출신이다.

7명 이상이 있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고, 정당해산 건을 포함해 탄핵소추 등은 무조건 6명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 서울(법)대 동문 재판관들만 의견을 모아도 국가의 지배구조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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