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2012년은 크리스마스 즐긴 원년”
인도차이나 반도 나라들, 권위주의 정권 약화 등 정치변화로 성탄절 즐기는 분위기 확산
사회주의 정권 또는 오랜 독재정권 통치의 영향으로 크리스마스를 외면해왔던 인도차이나반도의 몇몇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올해부터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기념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크리스천들의 종교적 의식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그저 자유를 갈구하는 세계 젊은이들의 작은 축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고, 민주화 진전 등 정치상황이 나아진 데 따른 사회현상이라는 해석이다.
바마 독립 언론인 <이라와디(The Irrawaddy)>는 25일치 보도에서 “버마에서는 올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처음으로 미인대회와 거리의 춤 경연, 맥주 시음회 등 젊은이들이 크게 호응하는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열어 자유롭게 즐겼다”고 보도했다.
버마에서 열린 ‘2012 미스 크리스마스 선발대회’가 유독 눈에 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현지 시각) 버마 최대 도시인 랭군 중심부의 칸도기(Kandawgyi) 호수 인근 챈트리움(Chatrium) 호텔에는 1000명 남짓한 관중들이 운집했다.
유명 여배우 툰 에인드라 보(Tun Eindra Bo)와 에아인드라 쿄 진(Eaindra Kyaw Zin)을 비롯한 30명의 패션모델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모델 중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저히 상상조차 어려웠던 몸에 꽉 끼는 스커트를 입은 모델도 있었다.
2008년 가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미앤마 걸스(Me N Ma Girls)’의 멤버인 티케티케( Htike Htike)는 <이라와디>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 당시에 우리는 노래만 했는데, 나라의 정치 상황이 변해 요즘은 노래는 물론 춤도 춘다”고 밝혔다.
동남아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타이거 맥주 회사는 내부를 댄스클럽처럼 꾸민 버스를 랭군 시내에서 운행하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거리에서는 최근 힙합 음악을 들으며 술집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즐비했고, 축제 기분에 산타 모자를 쓴 사람도 더러 보였다고 한다.
<이라와디>는 “군사독재 치하를 거치는 등 그간 버마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실제로 축하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고립의 시대를 넘어 진정으로 세계에 합류하는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고 논평했다.
한편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떠들썩하게 즐긴 지 몇 년 됐다. 호치민과 하노이 등 양대 대도시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젊은이들의 웃음소리로 도심이 뜨겁다는 소식이다.
베트남의 한 언론인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하노이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을 보니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더라”고 소식을 전해왔다.
그는 “하노이와 호치민 등 대도시에서는 나를 포함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면서 즐겁게 놀면서 아늑하고 활기찬 크리스마스를 보냈다”면서 “베트남에서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가장 큰 놀 건수”라고 밝혔다.
이밖에 사회주의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캄보디아에서는 주로 젊은 세대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반면 장년과 노년층은 그저 술을 마신다고 현지 언론인이 전했다. 인구 700만에 육박하는 사회주의 라오스에서는 아직 크리스마스가 기독교적 행사로 여겨지는 분위기라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귀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