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계속되는 유혈 사태··· 5000명 사망
시리아에서 정부군과 반정부군 사이에 유혈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12일 지방 선거가 치러졌다. 시리아 정부 당국은 과거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선거가 치러졌다고 발표했지만 투표율은 밝혀지지 않았다. 야당이 선거 보이콧을 선언하고 총파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실제 투표할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시리아는 정치적 혼란을 겪기 전 평상시에도 투표율이 10%가 넘지 않는 나라다. 시리아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인 홈스(Homs)에 사는 한 주민은 알 자지라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방 선거가 열리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독립적인 선거관리기관이 존재하지 않으니 선거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4만3000여명의 후보가 1만7000석의 시의회 의석을 놓고 경쟁했다. 시리아 국영 언론에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투표소로 향하는 모습이나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모습 등을 보여줬다. 그러나 선거 당일 홈스(Homs)에서는 13명이 숨졌으며 홈스를 비롯해 하마(Hama)와 데라(Deraa), 데이르 알 주르(Deir al-Zour), 이들립(Idlib), 심지어 수도인 다마스커스 근교 지역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다.
국제 사회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바샤르 알 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아랍연맹은 시리아의 회원국 자격 정지와 함께 경제 제재에 들어갔다. UN인권회의 대표인 내비 필레이(Navi Pillay)는 안정보장이사회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시리아 유혈 사태로 5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고한 뒤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면서 “국제사회가 액션을 취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러시아는 “시리아 정부를 포함,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형태의 폭력이 중단되어야 한다(all parties, including disproportionate use of force by Syrian authorizes)”며 결의안을 발의했다. 지난 10월 UN의 시리아 제재 결의안에 중국과 함께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시켰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미국과 러시아가 공조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러시아가 시리아 사태를 UN안보리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처음 인정한 점에 환영의사를 밝혔다.
한편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uman Rights Watch, HRW)는 ‘By all means, necessary’라는 제목의 88쪽짜리 보고서를 지난 15일 발표했다. 한국어로는 ‘물론, 필요 했었다’로 해석되는 이 보고서에는 시리아 군대와 정보부를 이탈한 사람들의 증언이 실명으로 기록돼 있다. 정부가 민간인을 사살하라고 명령을 내린 경위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정부군은 “나를 대신 잡아가라”며 울부짖는 어머니의 눈앞에서 시위 참가자를 그대로 사살하기도 했다.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나무 가지를 들고 있던 1500여명의 시위자들에게 무차별 발포를 하기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반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과 시리아 정부는 민간인 공격을 계속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7일 대단히 이례적으로 서구 언론인 미국 ABC의 바바라 월터스(Babara Walters)와 인터뷰를 갖고 “테러리스트 조직을 중심으로 벌인 반정부 유혈 사태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