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한항공도 지워버린 KAL기 괌 추락사고

6일은 괌에서 KAL기 추락사고가 난지 15주년이 되는 날이다. 1997년 8월 6일 김포공항을 출발, 괌 아가냐 국제공항에 착륙예정이던 대한항공 801편이 니미즈힐에 추락해 탑승자 254명 중 229명이 사망했다. 신기하 국회의원, 홍성현 KBS 보도국장, 에이스저축은행의 전신인 인천제일신용금고 오너 이성철 회장 등이 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박완순(59) 대한항공 괌 지점장도 이 사고로 가족을 잃었다. 괌 지점 부임 후 가족을 기다리던 상황에서 부인과 아들을 하늘로 보내고 딸 주희(31)씨만 살아 남았다. 본인도 유족이었지만 다른 유족들에게 사고의 책임을 추궁당하며 원인을 설명해야만 했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괌 사고 현장을 취재했던 최원석 조선일보 기자는 “박 지점장이 나중에 자살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였다”고?회고했다. (2011년 한국기자협회 취재이야기 공모전 우수상 작 ‘기자도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앓을 수 있다’) 박완순 씨는 지금 인성개발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6일 그가 일하는 인성교육개발원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그와의 통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그의 강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이정근씨는 “박 원장은 이 일과 관련해서는 어떤 말도 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추억이 아니지 않느냐.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히길 원하고 있다. 기자도 그 일에 대해서 잊어줬으면 좋겠다.”

대한항공도 그 일에 대해 잊고 싶어 하는 걸까. 사고일인 오늘 아무런 추모행사도 없었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회사연혁에도?1997년 8월의 사고는 없다.

괌 사고로 죽은 229명의 가족과 살아남은 25명은 잊고 싶은 기억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잊어야 하는 걸까. 그것이 그들을 존중해 주는 일일까. 항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도 복기돼야 하는 것은 아닐까. 괌 참사 15주년을 맞으며 드는 고민이다.


·?괌 KAL기 추락사고는

1997년 8월 6일 금요일?새벽 1시 55분에 괌 아가냐 공항 인근 5km 산 중턱(니미츠힐)에서 기기가 착륙하려고 접근하던 중 추락한 사고다. 추락사고의 인명피해는 사망 229명(한국인 213명, 외국인16명), 부상 25명이었다.

대한항공은 본래 괌 항로에 유럽 에어버스사가 제작한 에어버스 A300기를 운항하고 있었으나, 휴가철을 맞이해 승객이 증가하자 그 수용을 위해 보잉 747을 투입하였는데, 그 때문에 인명피해가 커졌다. 탑승자는 승무원 4명, 미국인 20명, 일본과 뉴질랜드인 각 1명을 포함해 모두 254명이었다.

사고가 난 니미츠힐은 정글을 방불케 하는 산악지대의 언덕으로, 대한항공 801편은 착륙을 앞두고 활강하던 중 활주로에서 남쪽으로 약 3마일 떨어진 이 곳에서 왼쪽 날개 바깥쪽 1번 엔진이 언덕의 나무와 충돌하여 미끄러지면서 솟아오른 뒤 480m 아래 언덕으로 굴러떨어져 대파됐고, 이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아가냐공항은 비행기가 활주로에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착륙 유도장치인 글라이드슬로프(glide slope)가 고장난 상태였으며, 태풍 티나호의 영향으로 소나기성 비가 내리고 기류가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착륙 유도장치의 고장은 기장이 이미 알고 있어 오토파일럿으로 최소고도를 유지하며 단계적으로 하강하는 것이 가능하고, 기상조건도 시계 8km 정도여서 시정거리가 충분해 사고의 주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또 사고기는 1997년 7월 7일 날개 안전검사를 받아 정상판정을 받았으므로 정비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사고원인은 조종실수 또는 기체의 결함 중 하나로 모아졌으며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음성정보 입력기의 일부를 해독한 상태에서 사고원인을 ‘착륙 과정에서 관련자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사고를 겪은 후 미국 델타항공 출신 전문가를 부사장으로 영입하고 외국인 조종사를 대거 채용해 군 출신 조종사들 사이의 경직된 의사소통을?개선했다. <두산백과 참조>

김남주 기자 david9303@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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