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석의 뉴스돋보기] 빈곤의 블랙홀…’경제 역동성’은 어디에
[조선일보] 빈곤의 블랙홀, 자영업 720만명
퇴직금 2억 털어 인쇄소 차린 50대, 6개월 만에,
서울 신도림中 5분거리 이내 치킨집 10여곳… “인건비도 안나와”
신규 대출 84%가 자영업… 1인당 빚 1년새 19% 늘어
*위 기사 3개는?11일자 조선일보에 기획기사로 묶여 보도됐습니다. 아마도 부장님 정도 위치에서 이 기사를 지휘한 분이 있을 듯합니다.
‘신규 대출 84%가 자영업…1인당 빚 1년새 19% 늘어’는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개 시중 은행의 6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09조3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말보다 5조9000억원(5.7%)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신규 대출의 84%가 자영업자에게 몰린 것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서울 신도림中 5분거리 이내 치킨집 10여곳…’에서는 “중소기업청이 2010년 소상공인 1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4%가 월평균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답했고, 증가했다는 답변은 6%에 불과했다. ‘주변 업체와의 경쟁 심화'(30.5%)가 ‘소비자의 구매 패턴 변화'(20.1%)나 ‘임대료 등 원가 상승'(15.5%) 등을 제치고 순이익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전했습니다.
‘퇴직금 2억 털어 인쇄소 차린 50대, 6개월 만에…’라는 기사는 “중소기업청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들이 집으로 가져다주는 순소득은 월평균 149만2000원에 불과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최저생계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4인 가족 기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자영업자의 57.6%는 한달 소득이 100만원 이하다. 이를 확대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기준 전체 자영업자 수에 대입하면, 약 414만명의 자영업자가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번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기획기사들은 ‘자영업자가 경쟁이 심해서 어렵다’는 이야기를 늘어 놓고 그 원인으로 ‘최근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창업 전선에 몰리는 것이 주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과다한 빚을 내 창업한 데도 기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의 평균 가계 부채는 8500만원으로 5100만원인 일반 직장인보다 3400만원이 많다. 점포 하나 내는 데 필요한 평균 창업비용이 657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조선일보는 현상에 대한 예시와 그 문제점을 꼼꼼하게 나열하면서 ‘인구가 많아져 사업에 뛰어든 사람이 많아져서 경쟁이 심하다. 그리고 개인들이 너무 욕심을 내서 무리한 투자를 해서 가게를 차린다”는 논조로 나갑니다. 그런데 ‘인구’만 탓하기엔 ‘원인’이 좀 부족하고 설득력이 떨어져 보입니다.
정말 은퇴 인구가 너무 많다면 ‘은퇴를 한 사람이 일하지 않고 편히 여생을 보내는 사회적인 시스템’을 왜 우리 사회가 그동안 만들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또 그동안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해고와 해직을 찬양해 직장인들을 자영업자로 ‘변신’시킨 책임은 누가 감당해야 할 지 의문입니다.
조선일보는 2007년 대선 무렵에 기명 칼럼으로 “우리는 어떤가? 지난 수년간 미국식 자본주의를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이라고 비판해 오며 유럽의 경제 모델들을 찾아 다니지 않았던가? 그렇게 해서 생긴 결과 중에는 더욱 커진 정부와 늘어난 규제, 수많은 위원회, 더욱 벌어진 빈부 격차 그리고 경제적 역동성의 저하가 있다. 유럽에서 이미 낯익은 풍경인데 이제 우리의 것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 넘쳐나는 자영업자와 그들이 고통에 대해 지금은 ‘경제부장’이 된 당시 칼럼 작성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경제 ‘역동성’이 그리도 이 나라에 필요하면 조선일보 사표를 내시고 가게를 차려 ‘역동적으로’ 취재와 경영을 같이 하셔서 ‘승자독식’의 혜택을 누리셨어야 하는 것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