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기자의 일갈 “한국대사관 직원들은 평양 가서 일하라!”
*이 글은 캄보디아 차이 소팔 기자가 프놈펜 한국대사관에서 겪은 일을 ‘캄보디아 뉴스(Cambodia News)’에 실은 것입니다.
[서울] 지난주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는 독일 콘래드 아데나워 재단(KAS)과 미국 하와이 동서 미디어 센터가 함께 주관해 서울에서 열리는 미디어학회에 참가하기 위해 비자를 발급받으려고 프놈펜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다녀왔다. 이날의 방문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초대장은 KAS 싱가포르 본사의 아시아 미디어 프로그램 국장인 폴 리나즈씨로부터 받았다.
한장짜리 초대장은 이번 학회에서?”뉴 미디어를 통해 아시아의 소식들과 론을 바라볼 것이며,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국은 이번 학회를 열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장소다. 최신 IT산업과 역동적인 미디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 언론이 가장 먼저 이뤄진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동서센터의 미디어 프로그램 매니저이자 이번 학회 개회식의 발표자 중 한명이었던 수잔 크레이펠스는 학회가 6월21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질 것이며 300여 명의 현직 언론인, 미디어 전문가 등 캄보디아를 포함해 27개국 100여개 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초대창과 함께 첨부된 프로그램에는 연세대학교에서 나흘간 이뤄지는 학회가 ‘소셜미디어가 이야기를 구성하고 전달하는데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진행될 것이며, ‘아랍의 봄과 후쿠시마의 비극을 통해 얻은 교훈과 이를?뉴스 보도에서?활용하는 방법, 디지털 미디어가 말레이시아, 중국, 한국 등 여러?아시아 국가들에 가져온 변화, 페이스북 후보나 트위터 선거유세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전술들이 아시아와 미국 선거에 미치는 영향, 현지 미국 외교관들의 최근 미-아시아 관계에 대한 평가, 북한과 동북아 안보에 대한?최근 동향, 디지털 시대에 북한 소식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미대통령 리차드 닉슨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에 대한 새로운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문제들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프놈펜에 있는 한국대사관 비자 발급 담당자가 필자에게 “싱가포르에 있는 단체가 주최한 학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그는 싱가포르가 아닌 한국에서 보낸 초대장을 가지고 올 것을 부탁했다.(흥)
며칠 뒤 KAS 한국 대표인 노버트 에쉬보른 박사가 서명한 새 초대장을 가지고 다시 대사관을 찾았다. 그런데 담당자는 이번에는 ‘KAS 대표가 필자를 한국으로 초대하며 한국 방문에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공식 편지를 대사에게 보낼 것을 요구했다. 하나도 어렵고 복잡하지 않아 보이는가?
다음날 필자는 노버트 에쉬보른 박사가 김한수 대사에게 직접 보내는 공식 편지를 가져갔다. 이때 필자는 더 이상 비자를 발급받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담당자가 KAS가 잘 알려지지 않은 ‘너무 작은’ 단체라는 이유로 KAS의 한국 사업자등록 사본을 요구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귀가 뜨거워졌고 담당자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다.
필자에게는 한국에 불법 단체들이 많다는 것 외에는 달리 이 상황을 해석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사관이 서울에 KAS가 등록되어 있다는 라이센스를 요구할 리 없지 않은가.
담당자는 한국대사관의 새로운 방침이라고 설명했지만, 서울에서 만난 다른 나라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프놈펜대사관과 같은 문제를 겪은 것은 필자 뿐이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캄보디아의 중견 언론인이자 로얄 프놈펜 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작가, 캄보디아 언론인 클럽-국내 200여명의 언론인들이 회원으로 있는 캄보니아 내 권위있는 미디어 단체- 이사회 회원으로서, 한국대사관이 마치 한국에 웨이터나 가정부, 정원사, 농장관리자, 벨보이, 가축사육사, 공장 노동자, 낚시꾼, 또는 짐꾼이 되기 위한 일자리를 찾으러 가는 사람처럼 필자를 대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혹은 담당자가 필자를 한국을 염탐하려는 북한 공작원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서울 KAS 관계자가 프놈펜 한국대사관에 직접 전화해 학회 초대내용을 설명했는데도 불구하고 대사관 담당자는 한국 방문 후 돌아올 때에도 KAS에게 공식 편지를 받아올 것을 부탁했다.
국제 미디어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처음 북한의 한 지역과 남한을 방문한 이후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호주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해 왔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캄보디아 정부와 국민들을 위한 한국 정부의 자금대출과 인적지원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아시아 국민이고 캄보디아 사람들은 한국을 매우 좋아한다. 필자가 본 서울은 친절하고 호의적인데 왜 김한수 대사가 이끄는 프놈펜 한국대사관 비자 담당자들은 캄보디아 중견 언론인을 이런 식으로 대접하는지가 의문이다.
KAS는 국제 정치 단체로 프놈펜에도 사무실이 있다. 작년 KAS의 도움으로 필자의 CCJ는 한국 대사와 원탁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김한수 대사와 프놈펜 한국대사관 담당자들은 KAS를 모를까? 그들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고 최신 산업과 역동적인 미디어로 이번 학회에 가장 이상적인 장소를 제공했던-그 한국에서 왔을까, 아니면 개방되지 않은 북한 평양에서 온 것은 아닐까? 김한수 대사와 한국 대사관 비자 담당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캄보디아인들이 한국인들을 대하듯 캄보디아 사람들을 대해줄 것을 말이다.
서울에서 여러 번 만났던 한국과 외국 언론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을 때 그들은 눈이 커지고 눈썹을 치켜뜨며 왜 프놈펜 한국대사관이 캄보디아 언론인을 그렇게 대우한 것인지 물었다. 그들은 모두 이 이야기를 보도하고 싶어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말 것을 부탁했고, 원한다면 필자의 웹사이트나 5000여명 친구가 있는 필자의 페이스북에 있는 기사를 읽어보라고 했다.
번역 임현정 인턴기자 news@theasian.asia
*원문은 아시아엔(The AsiaN) 영문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www.theasian.asia/?p=20252
*캄보디아 뉴스(Cambodia News) 원문
ttp://www.thisiscn.com/2012/06/22/south-koreas-embassy-councilors-in-phnom-penh-should-go-to-work-in-pyong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