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오타니·축구 손흥민의 겸손과 성실, 그리고 두 아버지
4월 26일 아침, 주문한 손웅정 감독의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가 집에 도착했다. 손웅정 감독이 처음 낸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가 나오자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에서 많은 이슈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결이 같은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손웅정 감독은 어떻게 세계적인 축구 선수를 키우게 되었고,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했다.
커피와 함께 오전 내내 다 읽을 동안 손웅정 감독의 의지가 얼마나 대단하고 배울 점이 많은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젊은 시절 축구 선수로 은퇴하고 지도자로, 이제는 유소년 축구아카데미 감독으로 생활하면서 한평생 꾸준하게 달려온 그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손웅정 감독의 몸을 보면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다.
나는 그의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책을 읽으면서 손흥민 선수와 오타니 선수 그리고 손흥민 아버지와 오타니 아버지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대표적인 것이 부모님들이 젊은 시절 야구 선수와 축구 선수로 활약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손흥민과 오타니는 부모로부터 어린시절부터 철저하게 기본기를 배우며 자랐다.
그리고 또 한가지, 부모들은 도리를 벗어나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았다. 항상 남을 배려하고, 친절하게 대하며, 팀과 동료를 먼저 생각하고, 운동선수로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철저하게 배우며 자랐다.
손웅정 감독이 손흥민 선수에게 어린시절부터 늘 강조한 대목이 여기에 있다.
“겸손은 실력에서 나오고, 교만은 무지에서 나온다 하잖아요. 일에 있어 실력으로 진 사람에게는 언제고 기회가 주어지지만, 인성으로 패배한 사람에게는 절대로 패자부활전이 주어지지 않잖아요. 중국 속담에 ‘사람은 이름 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빗대서 제가 흥민이에게도 늘 얘기해요. ‘너는 유명해질 필요도 없고, 또 네가 유명해지고 싶다고 해서 유명해질 수도 없는 노릇이겠지만, 은퇴하면 너는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힐 거야. 다 지워질 거야. 유명해지는 거 중요한 거 아니야. 이것만 기억해. 영원한 건 없어. 무조건 겸손해야 해.”
손웅정 감독의 성공의 기준에 대해 쓴 글이 유독 나의 눈에 들어온다.
“지금도 누가 물어보면 아주 떳떳하게 나는 성공한 놈이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거예요. 저는 돈도 없고, 명예도 없고, 권력도 없지만, 꿈을 이뤘잖아요. 저는 그 좋아하는 축구를 지금까지도 하고 있잖아요.”
“축구만 잘한다고 되는 노릇도 또 아니고요. 신중해야 하고 겸소해야 한다고 아주 지겹게 반복해요. 타인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가 삶에서든 축구에서든 기본이니까요.” 손웅정 감독은 손흥민 선수에게 어린시절부터 늘 꿈과 목표를 갖고 운동하길 독려했다. 그 대표적인 말이 “꿈을 돈에 두지 않고, 꿈을 꿈에 두니까 돈을 떠나서 저는 이 나이 먹도록 계속 축구하고 있는 거잖아요?”
오타니 선수가 야구인들과 야구팬들한테 사랑을 받는 것은 ‘이도류’라는 말로 알려진 던지고 치는 것(투, 타)을 동시에 잘하는 선수라는 점이다. 현재 미국에서 투수 출장 때도 타석에 서는 유일한 프로야구 선수로도 잘 알려져 있다. MLB 선수들 사이에서 오타니는 ‘괴물’이라고 할 정도로 선수들이 그를 칭송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계획표다. 많은 사람들은 오타니 선수를 신체적 우월함과 치밀한 계획을 통한 노력으로 꿈을 이루고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세부적인 계획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면서 미국무대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그의 계획표는 매우 구체적이다. 경영인들조차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오타니는 어린시절부터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성실하고 꾸준하게 연습을 해온 대표적인 선수였다.
미국사회뿐 아니라 언론들도 오타니의 뛰어난 실력보다 겸손한 인성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의 뒤에는 훌륭한 부모님이 계셨다.
오타니 선수 아버지는 야구선수, 어머니는 배드민턴 선수였다. 오타니 선수가 부모님으로부터 운동을 잘 할 수 있는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잘하기보다는 부모의 끝없는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 오타니 부모는 올바른 인성-진정성, 성실함, 겸손, 배려심 등-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교육시켰다. 오타니 선수의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훌륭한 인성은 부모님께 받은 선물이다.
오타니 선수의 최대 장점은 치밀한 계획과 노력, 뛰어난 인성과 겸손, 그리고 자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본인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자기주도성’이다. 오타니의 계획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손흥민 선수와 오타니 선수의 공통점은 ‘성실’과 ‘겸손’이다. 동료를 먼저 생각하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60대 후반을 향하고 있는 내게도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