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여성, 54초마다 성폭행 당해
<네팔 여성 이야기> ② 독립된 주체로 살 수 없는 존재
네팔 남성 22%…’아내 구타 당연시’, 여성 23%…’구타 인정’
네팔에서 여성이 결혼을 한다는 것은 부계를 이어주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딸이라는 것은 부계를 잇는데 아무 쓸모가 없다. 즉 결혼을 하고 혼인한 집안에 아들을 낳아 주어야 비로소 존재 가치가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딸만 둔 여성들의 고달픈 삶은 고스란히 얼굴에 스며들어 그들의 표정을 만들어 낸다. 중매결혼을 한다는 것 또한 자신의 삶의 반려자인 남편에게 아내가 어떤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고 여성단체들은 말한다.
과부가 된다는 것은 네팔에서 불운한 인생이라는 표시이다. 그들은 생명과 정열의 상징인 빨간 옷을 입지 못한다.?이는 팔에 끼는 뱅글이 부서지는 것과도 같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것이 힌두 문화권의 강조점이므로 과부는 반쪽으로 산다는 의미기도 하다. 온전한 한 개인으로 봐주지 않는 이런 관습으로 인해, 여성들은 남편이 죽을 때 같이 화장을 당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그런 관습이 사라진 현대이지만, 억압의 요인들을 그대로 남아 있다. 즉 생리 기간 중에는 불순하다고 하여 짐승 우리에 격리되기도 하고, 음식과 물에 손을 댈 수 없기도 하다. 사원에 들어갈 수 없으며 디카를 찍지도 못한다. 과부는 재수 없는 삶의 전형인 것이다.
사회문화적으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은 그대로 가정폭력에 대한 의식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네팔 인구보건청에서 2006년 실시한 자료에 의하면, 응답자 중 22%의 남자들이 아내를 구타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응답자의 23%인 여성들이 남편의 아내 구타를 인정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시집올 때 지참금을 가져 오지 않았다고 아내를 심하게 구타하여 내쫓은 사례들이 신문에 보도되기도 한다.
매 54초마다 어디에선가 네팔 여성들이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네팔 여성들도 증거를 찾아서 제시해야 하고, 경찰이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증언을 해야 하기에 여성들에게 수치감과 모멸감을 주고, 사회적인 낙인이 찍혀 법적인 구제 절차가 있다 하더라도 유명무실할 뿐이다.
딸들도 물론 민법에 따라 아들과 동등하게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딸들은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성이 갖는 경제적 지위는 유산 상속의 동등권과는 거리가 멀다. 2007년 조사에 의하면 농업 분야에서 여성이 90% 이상이 일하지만 여성의 10.84%만 땅을 소유하고 있고 그 중 5%만 경작 가능한 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딸, 여성이라는 성별과 거기에 카스트가 연결되면 여성들이 겪는 차별은 한층 더 심해진다. 특히 카스트 밖에 있는 달릿 여성들은 차별구조의 최하위층에 놓여 있다. 250만 명에 달하는 달릿 여성들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16세 이전에 결혼을 한다. 달릿 여성의 5%만이 자급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한다. 여성으로, 달릿으로, 과부로, 무학력으로, 딸만 둔 여성으로, 경작할 땅 한 평 없는 가난뱅이로, 며칠씩 걸어 들어가야 하는 오지에 있는 마을 거주자라면 한 인생이 당하는 차별과 고통은 상상을 넘어선다.
최근 여성들도 해외 이주 사례가 늘고 있는데, 주로 가사 노동 분야로 가고 있다. 전체 이주자의 3%가 여성이다. 하지만 실제 이주하는 여성들의 80%는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다.
여성들은 이주할 때도 인권침해를 당하는데 이는 국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과 다를 바가 없다. 분명 여성들에게 이주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뜰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네팔 여성들이 이주하는 나라는 주로 이슬람문화권이다. 그 나라들 역시 남성 중심이기에 현상은 조금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여성 차별 사례들이 진술되곤 한다. 레바논의 경우 남성 네팔 노동자는 550명인데 비해 여성은 9200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중 8600명의 여성들이 가사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네팔은 지금 과부들이, 이혼당한 여성들이 혹은 달릿 카스트 여성들이 그 나라의 억압과 차별을 피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비를 대기 위해서 혹은 남편의 병원비를 해결하기 위해 나가는 여성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 이주 노동의 조건들은 그다지 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네팔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다중 차별로 이어지는 가운데, 여성들이 존엄한 존재로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은 그러므로 상당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