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알렉산드리아도서관’ 외벽에 새겨진 한글은?

알렉산드리아도서관 입구 벽에 여러 다른 나라 글자들과 함께 한글 ‘월’(왼쪽 부분)이 새겨져 있다. 세계 최초의 도서관으로 공인된 알렉산드리아도서관 앞 포토존에 선 유종필 필자. 

577돌 한글날을 맞아 만일 한글이 없다면 어떨 뻔했을지 생각해본다. 유네스코가 세계적으로 문맹 퇴치 공로자에게 주는 상 이름이 세종대왕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이다. 한글과 세종대왕의 국제적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우리나라가 문맹률 세계 최저인 것도 한글 덕분이다.

필자는 국회도서관장 시절 해외 유명 도서관을 방문할 때 세종대왕 동상 사진을 가지고 다녔다. 사진을 보여주면서 “어느 나라나 왕들의 동상은 대개 말을 탄 채 칼을 들고 있다. 책을 들고 있는 동상은 한국 세종대왕뿐”이라고 말하면 듣는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한글은 세계의 수많은 문자 가운데 가장 쉽고, 과학적이고, 이 세상의 소리를 가장 잘 표기할 수 있다. 우리말을 어느 외국의 문자로 표기하면 전혀 다른 소리로 읽히기 일쑤인 데 반해 어떤 외국어라도 한글로 바꿔 쓰고 읽으면 알아들을 수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한글의 우수성은 입증된다.

한글은 문자 창제의 철학이 명문화된 세계 유일의 문자로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이는 훈민정음 서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말이 중국과 달라 한문·한자와 서로 통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불편, 그리고 한문의 어려움으로 인한 백성의 애로를 덜어주고자 한 세종대왕의 애민·민본주의 사상이 잘 나타나 있다.

세계 최초의 도서관으로 공인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을 방문했을 때의 감동도 잊히지 않는다. 원통형의 거대한 건물의 외벽 전체가 화강암으로 둘러싸였는데, 전 세계의 모든 문자가 새겨져 있는 게 장관이었다. 여기에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글 여섯 자가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더욱 가슴 뿌듯한 것은 한글 ‘월’이 출입구 옆 포토존 위에 새겨져 있는 점이다. 한글을 보지 않고서는 이 기념비적인 도서관에 들어갈 수 없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 반드시 한글을 넣어서 찍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아마 설계자가 세계 최고의 문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한글을 최상의 위치에 배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만일 한글이 없다고 가정하면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은 우리말을 하고 그것을 한문으로 쓴다면 무슨 제대로 된 표현이 되며 무슨 원활한 문자 생활이 되겠는가. 무슨 주체적 문화가 있고 경제발전이 가능하겠는가. 다른 나라에 종속된 문자를 가지고 무슨 민족적 자긍심이 바로 서겠는가. 위대하신 세종대왕님께 새삼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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