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황원재 대표, 당신 빈 자리가 너무 큽니다”
[아시아엔=안기종 백혈병환우회 회장, 환자단체연합회 회장] [아시아엔=안기종 백혈병환우회 회장, 환자단체연합회 회장] 환자단체연합회는 매년 7월경에 연대하는 환자단체들과 허심탄회한 논의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정기 워크숍을 한다.
금년엔 7월 17일 낮 12시부터 3시간 동안 서울여성플라자 아트컬리지1에서 소속 8개 환자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중요한 논의와 결정을 했다.
워크숍 끝나고 단골 호프집인 명경에 가서 밤 9시까지 뒷풀이를 했다.
나는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셨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워크숍에서도, 뒷풀이에서도 빈자리 하나가 계속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번까지 정기총회에도, 정기워크숍에도, 환자의날에도 함께 했던 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황원재 대표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 대표 대신 진미향 부회장이 참석했지만 황원재 대표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황원재 대표가 지난 6월 6일 신경내분비종양으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한달 보름쯤 지났는데,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화를 걸면 전화기 넘어 “안 대표님, 뭐 제가 할 게 있을까요?”라고 말하는 황원재 대표의 밝은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올해 37살인 황 대표는 2016년 애플의 창시자인 스티브 잡스가 투병했던 신경내분비종양을 진단받고 지난 7년간 투병을 해왔다, 그동안 황 대표의 생명을 연장시켜준 방사선의약품들은 국내에서는 시판되지 않아서 해외인 말레이시아, 독일에서 원정치료를 했어야 했다.
황 대표는 글로벌제약사 노바티스의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가 신속하게 식약처 허가와 건강보험 등재를 받도록 열심히 활동했고, 그 결과 2021년 3월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성과를 얻었다.
이후 효과가 더 좋은 방사선의약품 악티늄, LM3 등이 해외에서는 사용할 수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사용되지 않아 국내 도입을 위해 활동하다가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황 대표를 2017년부터 알게 되었고, 지난 6년 동안 그가 했던 활동과 그 결과 그리고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을 향한 그의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인 나로서는 황원재 대표를 기억하는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목숨을 다해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의 투병을 위해 활동했던 황원재 대표가 남기고 간 뜻을 잇는 게 그 가운데 하나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