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의 ‘나비효과’와 바람직한 ‘환자운동’
[아시아엔=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 환자단체연합회 회장]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이원영 교수가 1학년 대상으로 ‘환자가 원하는 의사’를 주제로 내게 2시간 분량의 강의를 부탁했을 때가 2015년이었다.
의대생 1학년 대상 강의는 처음이라서 그때 PT 슬라이드를 80여장 준비했고, 중간에 쉬는 시간 없이 1시50분 동안 거침없이 강의했던 기억이 난다. 이들이 좋은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많은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다.
최근 PT 슬라이드 38장 준비해 68분 강의하고 마쳤다. 지난 9년 동안의 의대생 1학년 대상 강의를 통해 내가 깨우친 게 있다.
의대생 1학년은 내가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의사가 얼마나 중요하고 보람 있는 직업인지, 한 명의 좋은 의사가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얼마나 엄청난 나비효과를 줄 수 있는지, 시청각적으로 느끼게 해주어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한가지 배운 점은 강의를 잘한다는 것은 유명강사처럼 강의에 얼마나 많은 학생이 웃거나 반응하느냐가 아니라 내 강의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하는 학생들이 있거나, 많더라도 이에 신경 쓰지 않으면서 준비한 강의를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하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의학교육에 있어 환자 참여는 의과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의학 교육을 받는 것을 단순히 돕는다는 인식을 넘어 헌혈처럼 미래의 환자 본인과 환자가족이 더 좋은 의사에게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부라는 생각을 갈수록 더 하게 된다.
얼마 전에 영국에서 오신 분께서 영국에서는 의대생 교육이나 전공의 자격시험 때 암 등과 같은 질환을 가진 실제 환자들이 자원해 본인의 질환에 대해 설명하거나, 종양 부위를 보여주거나 만지도록 해주며, 의학 교육과 전공의 수련에 참여하는 것을 자랑스럽고 보람있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올해가 9년째 강의라서 2015년 내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현재 레지던트 1년차다. 2026년이 되면 이들도 전문의가 될 것이다.
환자운동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가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에서 환자의 자발적 적극적 참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