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11월’ 유안진

고 조오현스님이 곱게 물든 단풍을 바라보고 있다. 

무어라고 미처
이름붙이기도 전에
종교의 계절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사랑은 차라리
달디단 살과 즙의
가을 열매가 아니라

한마디에 자지러지고 마는
단풍잎이었습니다

두 눈에는 강물이 길을 열고
영혼의 심지에도
촉수가 높아졌습니다

종교의 계절은 깊어만 갑니다
그대 나에게
종교가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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