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아흔살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

어머니 김갑란 여사와 필자 

지난 6일 낮 김갑란님이 90세를 일기로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삼형제를 둔 김갑란님은 별세 전  “이승에서 마지막 날을 아들과 함께 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고, 가족들은 부고 없이 직계가족만으로 2박 3일 장례를 치렀습니다. 유족 가운데 막내아들인 이규엽 한국대성자산운용 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담담하게 적었습니다. 이 대표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업무에 집중하겠다”며 “그간 어머니 건강을 기원해주시고 위안해주신 페친님께 충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습니다. <아시아엔>은 이규엽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편집자>

어머니 혈압이 60으로 떨어졌습니다. 호흡 간 시간 간격이 길어졌습니다. 이내 혈압이 25까지 떨어졌습니다. 간호사님이 아로마 향수를 가지고 오셔서 어머니께서 맡으실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주치의님께서 어머니 귀에 대고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을 해 드리라고 합니다. “어머니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눈에 눈물 한 방울이 맺혔습니다. 호흡이 멎었고 맥박이 정지됐습니다.

담당의사님께서 오셔서 사망선언을 하셨습니다. “2022년 10월 6일 12시32분 김갑란님이 사망하셨습니다.” 주치의님 주재로 잠시 기도와 묵념을 하였습니다. 간호사님이 하얀 국화꽃을 가지고 오셔서 어머니 가슴 위에 올려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이승에서 마지막 날을 아들과 함께 있고 싶다”는 유언대로 삼형제 모두 부고없이 직계가족만으로 2박 3일 장례를 잘 치렀습니다. 저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업무에 집중하겠습니다. 그간 어머니 건강을 기원해주시고 저를 위안해주신 페친님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윗왕의 아들이‍ 심하게 아팠습니다.‍ 아들의 병이‍ 위독하다는 것을‍ 안 다윗왕은‍ 머리에 쓰고 있던‍ 왕관을 벗었어요.‍ 그는 왕복을 벗고‍ 가난한 사람들이 입는‍ 소박한 옷을 입었죠.‍ 평민복을 입었죠. 그런 뒤 궁전의‍ 아주 조용한 곳으로 가서‍ 흙바닥에 앉았어요. 그는 먹으려 하지 않았죠.‍ 식음을 전폐했어요.‍ 그는 매일 경전만 읽으며‍ 아들을 살려 달라고, 병을 낫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했어요.‍ 모든 신하들, 심지어 원로들까지 와서‍ 제발 일어나라고,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식사를 하라고 애원했어요.‍ 그래도 그는 거절했어요‍. 그는 그냥 계속 거기에‍ 앉아있었어요.‍

7일째 되는 날, 다윗왕의 아들이‍ 죽었어요. 식음을 전폐하고‍ 오로지 앉아서‍ 기도만 했는데도‍ 결국 아들은 죽었어요. 시중 드는 이들은‍ 이 소식을 전할 수 없었죠.‍ 서로 이렇게 말했어요.‍ ‘이 소식을 어찌‍ 폐하께 가서‍ 전한단 말인가?‍ 왕자님이 병을 앓으며‍ 살아 계셨을 때도‍ 폐하께선 식사도 거부하고‍ 잠도 주무시지 않고‍ 아무것도 안 하셨는데‍ 이제 왕자님이‍ 돌아가셨다고 하면‍ 어찌 견디시겠는가’

‘왕자님이 살아 계시며‍ 병을 앓기만 하셨어도‍ 폐하께선 식음을 전폐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서‍ 기도만 하셨는데 이제‍ 왕자님이 돌아가신 걸‍ 알면 어떻게 견디실까?‍ 우린 어쩌면 좋은가?‍ 이 일을 어쩌면 좋은가?’ 그래서 감히 왕에게 가서‍ 왕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고할 자가 없었어요. 

그러다 한번은‍ 다윗왕이 기도하는 중에‍ 고개를 살짝 들었더니‍ 신하들이 주변에서‍ 서성거리면서 서로‍ 소곤대는 게 보였어요.‍ 아무도 왕에게 감히‍ 이 비보를 전하지 못했죠.‍ 두려워하며 서성거리는‍ 그들의 모습에 왕이 물었죠.‍ ‘무슨 일인가?‍ 왕자가 죽었는가?’ 그들은 ‘예, 폐하. 왕자님이‍ 승하하셨습니다’ 했어요.

그러자 다윗왕은 그 즉시‍ 벌떡 일어나서‍ 샤워를 하러 갔어요.‍ 그는 몸을 씻고 다시‍ 왕복을 갖춰 입고‍ 식사를 하러 갔어요.‍ 그러고는 계속해서‍ 왕의 임무를 수행했어요.‍ 왕의 측근들은‍ 왕의 행동과 태도에 놀라‍ 모두 왕에게로 다가가‍ 물었어요.

‘폐하, 저희는 폐하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왕자님께서 심히 앓으셨을‍ 땐 흙바닥에 앉아‍ 식음을 전폐한 채‍ 울며 기도만 하시더니‍ 이제 왕자님께서‍ 돌아가셨다고 하니‍ 바로 일어나서‍ 음식을 드셨습니다. 그런 다음 지금은‍ 왕좌에 앉아 평소처럼 업무를‍ 보셨습니다.‍ 저흰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부디 설명을 해주소서’

다윗왕이 그들에게 말했죠.‍ ‘왕자가 살아있을 때는‍ 아직 희망이 있었소.‍ 그래서 신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왕자의 건강을‍ 되찾아 주고 살려 주시길‍ 바라며 울고 기도한 것이오.‍ 하지만 왕자는 이미 죽었소. 그런데 왜 내가 식음을‍ 전폐하고 기도하겠소?‍ 이제 나는 내 인생을‍ 계속 살아야 하고‍ 내 의무를 다해야 하오.‍ 내가 아들을 다시 살려낼 방도는 없지 않소?’

왕은 속으로 말했어요.‍ ‘그렇다, 때가 되면‍ 나 역시 그처럼 떠나야 한다.‍ 이생에서 왕자는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왕자가 아팠을 때, 중병에 걸렸을 때 왕은 온갖 슬픔과‍ 좌절을 보이며 기도했으니까요.‍ 그런데 아들이 죽자 오히려‍ 왕은 일상을 회복했죠. ​왜냐하면 그는 삶이 원래‍ 그렇다는 걸 알았거든요.‍ 때가 되면 가야 한다는 것을요. 모두가 언젠가는‍이 물질계를 떠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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