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계절독감①] 예년 비해 이른 10~11월 유행…”무료접종 21일부터 내년 4월까지”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독감에 대한 국민들의 면역이 저하된 탓에 올겨울에 독감(인플루엔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기승을 부리는 트윈데믹(twindemic)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본격 독감 유행 시작 시기도 예년의 11-12월보다 한달 가량 앞당겨진 10-11월을 예상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9월 4일부터 10일까지 인플루엔자(독감) 의사환자(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분율이 1천명당 5.1명으로 유행기준(4.9명)을 초과해 전국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9월 16일 발령했다.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통상적으로 11월-4월 사이 독감이 유행했으나 최근 2년간은 유행이 발생하지 않았다.
계절독감은 주로 가을과 겨울에 유행하지만 지난 2년 동안에는 유행하지 않은 이유는 2020년 초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활동이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엄격한 방역지침이 해지되어 외부 활동이 증가하면서가을이 오기 전부터 다시 독감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다.
질병청은 올해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독감 유행 기준을 지난 절기(1천명당 5.8명)보다 민감하게 1천명당 4.9명을 적용해 대비를 강화했다. 질병청은 유행기간 영유아 보육시설, 학교, 요양시설 등 집단시설에 독감 예방 관리 강화를 요청했다. 방역 당국은 트윈데믹에 대비해 두 질병을 동시에 검출하는 유전자증복(PCR) 검사 도입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은 모두 발열성 호흡기 질환으로 증상이 유사해 구별이 어렵다. 독감도 코로나처럼 주로 기침이나 재채기 등 비말(飛沫)에 이해 감염된다. 독감에 걸리면 갑작스러운 고열과 함께 전신 근육통과 쇠약감이 심하게 나타나며 기침, 인후통(咽喉痛), 객담(喀痰) 등 호흡기 증상도 보인다. 독감이 갑작스러운 고열로 치솟는 경우가 좀 더 많고, 코로나는 미각(味覺) 상실이나 인후통이 뚜렷하다. 그러나 사람마다 증상 정도가 다르고 무증상 감염도 존재하므로 두 질환을 구별하기 어려운 만큼 검사를 받아야 한다.
독감은 건강한 성인이 감염된 경우 증상 발생 하루 전부터 증상 발현 후 5일까지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독감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년 유행 전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다. 접종 후 2주 정도 경과하면 항체가 형성되며, 효과는 6개월 정도 유지된다. 독감은 통상 이듬해 4-5월까지 유행이 이어지므로 10-11월이 지나 다소 시기를 놓쳤더라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정부는 9월 21일 만 13세 이하 어린이 중 2회 접종자를 시작으로, 10월 5일 1회 접종 어린이와 임신부에 대한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고령자 중 만 75세 이상은 10월 12일부터, 만 70-74세는 10월 17일부터, 만 65-69세는 10월 20일부터 각각 연말까지 1회 접종이 가능하다. 질병청은 독감에 걸리면 합병증 발생이 높은 임신부와 생후 6개월-13세의 어린이 대상자는 해당 일정 중 가급적 이른 시기에 예방접종을 완료해달라고 당부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influenza)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계절성 독감의 치사율은 0.1% 정도지만 전파력이 커서 인류를 힘들게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으로 매년 계절성 독감에 350만 명이 감염돼 24만-5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국내에서도 매년 2000-5000명이 독감으로 사망한다.
1918-19년에 걸쳐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Spanish flu)은 당시 16억이었던 세계 인구의 1/3을 감염시키고 1700만-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제1차 세계대전(World War I, 1914-1918)에서 죽은 사람은 1500만명(군인 900만명+민간인 600만명) 정도였다. 스페인 독감의 증상은 감기 증상을 보이다가 폐렴으로 발전하는 가 싶더니 환자의 피부에서 산소가 빠져나가면서 검은빛으로 변해 죽어갔다. 독감 발원지는 프랑스, 미국, 중국 중 하나로 추정하며, 2005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가 인플루엔자 A, H1N1형으로 밝혀졌다.
제1차 세계대전 참전국이 아니었던 스페인의 신문들은 독감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여 국제적인 공론화를 이루었다. 스페인 언론을 타고 유행병 발발은 세계 각지로 알려졌다. 마크 호닉스바움 영국 런던시티대학 교수는 “그때 수도 마드리드(Madrid)에서 근무하는 해외 특파원들이 이 독감에 대해 ‘스페인 독감’이란 이름을 붙이면서 현재까지 고정됐다”고 설명한다. ‘스페인 독감’이란 명칭엔 스페인 정부의 투명한 대응과 언론의 진실보도가 전염병 창궐을 막을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이 새겨져 있다.
현대의 감염병(유행병)은 1918년 스페인 독감보다 더 위험하다. 당시는 대서양을 건너는 데 8일이 걸렸지만, 요즘은 하루가 걸리지 않는다. 이에 바이러스가 더 빨리, 더 멀리 퍼져나갈 환경이 만들어졌다. 다행인 것은 의학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중위생도 향상되었으며, 방역 및 질병관리도 국가적으로, 세계적으로 대응 체계를 갖추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은 현재 코로나19와 맞서는 데 도움이 되는 교훈을 남겼다. 즉,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언론의 사실 보도로 대중의 신뢰를 얻었을 때 감염병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에게 질병을 관리하는 컨터롤타워를 맡겼으면 정치인, 언론인, 고위직 관리 등은 무분별하게 흔들지 말고 믿고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