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영웅 임영웅이 ‘진짜 영웅’인 이유…팬덤문화의 신기원

가수 임영웅이 보라빛 엽서를 열창하고 있다. <출처 TV조선>

임영웅은 2020년 3월 TV조선 오디션 ‘미스터트롯’ ‘진’에 올랐다. 한국 오디션 사상, 한국 대중문화계 역대급 스타가 탄생한 순간이다. 2년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의 위상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이 굳건하다. 

‘미스터트롯 영웅’ 등극 때는 국민들의 인기 몰이를 했다. 결승 때 문자투표 773만 콜이 폭주해 시스템이 마비됐다. 결국 진 발표를 뒤로 미루는 방송 참사가 벌어졌다. 제작진 탓이 아니라 불가항력적인 사고라고 여겼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문자가 쏟아져 어쩔 수 없었다. 10%만 넘어도 대박인 시대에 35.7% 신기록을 찍었다. 그런 열기 속에서 등장한 트롯 영웅이 바로 임영웅이다.

그가 ‘바램'(노사연)을 불렀을 때 시청자는 눈시울을 훔쳤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김광석)는 태풍급이었다. 임영웅은 일찌감치 우승을 따놓은 당상으로 예약했다. 가요 사상 처음 보는 팬덤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보랏빛 엽서'(설운도)는 트롯 황제 대관식이었을까? ‘죽은 노래’ 살려내는 영웅의 마법이 감성을 사로잡았다.

원곡자가 “제 노래가 이렇게 좋은지 처음 알았다”고 했으니 말 다했다. 오디션이지만 마치 스타의 콘서트와 같은 열기였다. 관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앙코르가 터져나왔다.

진은 예정됐으나, 마침내 국민투표를 거쳐 등극했다. 가요사상 최고의 스타 탄생, ‘트롯 영웅시대’가 열린 거다. 미스터트롯은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 학당’ 등 후속작도 인기몰이 하게 만들었다. 일각에선 TV조선 오디션의 성공 이유로 애프터 서비스(AS) 정신을 꼽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TV조선만 오디션 사후 프로그램을 편성했던 건가? 알아보니 그건 아니다. 오해일 뿐이다. 다른 방송사들도 오디션 후속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다만 시청자들이 외면해 흐지부지됐을 뿐이었다. 오직 TV조선의 후속 프로그램만 인기를 모았다.

임영웅을 비롯한 기성가수 출신 트롯맨들의 스타성 덕분이다.

‘사랑의 콜센타’에서 영웅은 수많은 곡들로 가창력을 입증했다. ‘뽕숭아 학당’에선 연예인 끼와 예능감까지 유감없이 선보였다. 영웅적인 스타성 폭발은 광고시장도 초토화시켰다. 영웅이 쌍용차 SUV 광고모델로 나서자 영상조회 수가 100만회를 넘고 실적도 전월 대비 53% 증가했다.

잘 만든 CM송 때 입은 셔츠는 판매량이 광고 후 510% 치솟았다. 청호나이스 정수기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나 증가했다. 티바두마리 치킨 인스타그램은 30배 가깝게 솟았다. 당당히 치킨업계 언급량 1위에 올라선 쾌거였다.  ‘2020 트롯 어워즈’ 인기투표에 2791만6337표가 몰렸다. 그중 임영웅이 1824만여표로 남자 인기상의 주인공이었다.

여자 인기상 송가인은 16만여표를 받았다. 임영웅의 트롯부문 1위는 너무 당연해 뉴스도 되지 않는다. 놀라운 건 다른 부문에서도 위상을 확고히 다졌다는 점이다. 

아이돌 차트 평점 랭킹에서 76주 계속 1위를 달리고 있다. 트롯 오디션 우승자가 아이돌 차트에 이름을 올릴 거라고?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 거다. 지금 76주째 연속 1위를 이어가지만 이 기적은 최소 올 연말까진 지속된다. 워낙 압도적 기세라, 언제까지 1위를 지킬지 호사가들도 초미의 관심을 보인다.

‘이제 나만 믿어요’와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는 유튜브에서 롱런했다. 한국 유튜브 최고의 히트곡으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해 회자된다. 뉴미디어까지 석권하리라고,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던가?

1000만 조회수 영상만 33개나 나온 영웅의 영웅적 쾌거다. ‘사랑은 늘 도망가’는 OST와 노래방 차트를 휩쓸었다. 영웅이 부른 역주행 리메이크 노래들로 저작권료 방석에 앉았다.

수많은 작곡가, 작사가들이 임영웅 낙수 효과로 배를 두드린다. 영웅의 팬들은 여느 정치인 팬덤과 달리 사회적 책임에도 앞장서며 선한 영향력을 도처에 뿌린다.

임영웅 부산 팬클럽이 2022년 8월 5일 이웃돕기 성금 700만원을 기부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부산사랑의열매>

미스터트롯 이후 코로나19가 계속되고 앨범도 없다. ‘영웅적 스타성’에 비해 소득이 적은데도 기부를 이어간다. 그의 회사는 임영웅 1인 매출만으로 300억원 넘는 수익을 낸다고 한다. BTS의 1인당 2백 몇십억을 능가한 기록이란다. 올 봄철 강원·경북 산불 때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영웅의 팬들도 하루 만에 2억6000만원을 모아 기부했다. 팬클럽 지부별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 릴레이를 펼치며 팬덤문화의 신기원을 세웠다.  

신드롬의 요인은 바로 인간 임영웅의 매력, 자체에 있다. 일단 힘을 주지 않고 부르는 노래, 그 가창력이 엄청나다. 완급 조절로 편안하고 안정된 목소리는 많은 이에게 위안이다.

코로나19로 지치고 황폐한 심성을 위로한 것이 영웅의 목소리다. 그의 노래를 듣고 우울증이 치유됐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거기에 어떤 패션이나 스타일도 소화해내는 외모도 빼어나다. 예능에서 보여준 끼, 그 잔망미도 팬들을 사로잡는다. 무명 시절부터 선행을 이어온 마음씨와 선하고 바른 이미지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와 힘들게 살아온 스토리 텔링. 어머니를 받드는 지극한 효심도 그의 매력에 든든한 받침목이다. 트롯 오디션 출신이지만 거기에 국한되지 않고 폭 넓은 음악성이다. 발라드, 흑인음악, 팝음악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마음껏 구사한다.

특히 한국인이 선호하는 편안한 가요에는 족탈불급이다. 그 결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불세출의 스타로 등극했다. 오디션 스타가 오디션 후 2년이 지났는데도 위상을 지킨다? 트롯 가수가 한류 아이돌들을 제친다? BTS급(?)에 임영웅이 영웅 등극을 한 것이다.

젊은 가수가 KBS에서 단독 콘서트를 한 것도 초유다. 무엇보다 임영웅은 이름과는 달리 영웅이 아니다. 겸손하다. 한없이 아래로 임하는 자세. 그것이 그의 롱런의 최고 비결일 거다.

겸손감천, 하심감천을 영웅도 잘 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이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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