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6.25전쟁 폐허 속에서 부산 구한 <리차드 위트컴>

리차드 위트컴 장군(1894.12.27 미국 캔사스주 출생, 1982.7.12 서울에서 별세)은 6.25전쟁 직후 유엔군 부산군수기지사령관으로 복무하며 이주민 후생주택 건립, 보육 및 요양시설 건립, 부산대 장전캠퍼스 부지 마련 등 수많은 일을 해냈다.

국제신문 오상준 편집국장이 쓴 <리차드 위트컴>(호밀밭, 2022.5.31. 초판 1쇄)은 위트컴 장군이 평생 실천해낸 선행과 희망의 흔적을 모은 최초의 단행본이다. 6.25전쟁으로 도시는 폐허로 변했고, 그 기능을 수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국에서 몰려든 피란민들로 북적이던 부산은 화재에 취약해 1953년 1월 국제시장 화재를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부산역전 대화재로 재건을 이루며 일상을 회복하던 부산 시민들 희망을 삼켜버렸다.

이때 유엔군 부산군수기지사령관으로 복무하던 리차드 위트컴 장군은 미군 창고를 열어 3만명의 이재민에게 군수물자를 긴급 지원했다. 하지만 부산 시민에게 군수물자를 함부로 지원했다는 이유로 군법회의에 회부되고, 미국 의회 청문회까지 불려갔지만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 국민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며 의회를 설득했다.

기립박수와 함께 많은 구호금을 받아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 그는 메리놀·침례·성분도·독일적십자병원 건립을 지원하고 숱한 보육원과 요양원을 세웠다. 부산대 장전캠퍼스 부지 마련을 위해서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담판을 벌이기도 했다.

저자는 “위트컴의 리더십은 ‘종합예술’이자‘하나님의 축복’”이라며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던 장군”이라고 했다. 국제신문 편집국 사령탑인 저자가 바쁜 시간을 쪼개 이 책을 쓴 동기가 궁금했다. 두곳이 눈에 띄었다.

“2022년은 그가 한국에서 별세한 지 40주기(7월12일)가 되는 뜻 깊은 해다. 이제 부산시민이 전쟁 폐허 속에서 ‘희망꽃’을 피운 위트컴 장군을 기억하고 재조명하며 의리를 지킬 차례다.”(18쪽, 프롤로그)

“그의 활동은 부산형 ODA의 원조이자 구체적 사례로 꼽힌다. 그를 통해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성공 스토리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위트컴 장군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부산시민의 가슴속에 남아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222쪽, 에필로그)

생전 한묘숙 여사가 남편 리차드 위트컴 장군의 영정 사진을 품고 사진을 찍었다. 오른쪽은 6·25 한국전쟁 시기 부산의 보육 시설을 방문해 아이를 품에 안은 위트컴 장군. <사진 국제신문>

<리차드 위트컴>은 위트컴 장군이 부산에 베푼 구체적인 선행(1부)을 시작으로 평생의 연인이었던 한묘숙 여사와의 국적과 나이를 뛰어넘은 러브스토리(2부), 그가 남긴 흔적들을 살펴보고 재조명한다(3부). 또한 부산에 오기 전 위트컴의 삶(4부)과 부산이 간직한 전쟁의 상흔(5부), 그리고 여러 전문가의 칼럼을 통해 본 리차드 위트컴 장군을 다각도로 보여주고 있다.

오상준 저 <리차드 위트컴> 뒷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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