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회도서관 70주년…“6.25전쟁 부산서 출발, 디지털혁신 선도”

국회도서관

국회도서관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2월 20일, 임시수도 부산에서 직원 한 명으로 시작했다. 당시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던 경남도청 무덕전에 설치된 국회도서실에는 7개 서가에 3600여권의 책이 마련됐다. 1951년 9월 본회의에서 윤택중 의원은 “전쟁에서 문화전(戰), 사상전(戰)을 이야기하는데, 정신무장은 평소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9월 10일 “우리의 힘이 미치는 한 우선 단 한칸의 도서실이라도 설치하여 국내외 신문 등이라도 입수하자”는 국회도서실 설치결의안으로 이어졌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도서관을 만들고자 한 것은 나라의 장래를 생각한 엄중한 결단이었다.

2022년 3월 31일 개관한 부산 국회도서관


임시수도 부산서 출발…구축 원문DB 3억 5000만 면 

1953년 전쟁이 끝나고 국회가 서울로 복귀하면서 의사당에 자리한 국회도서관이 입법부의 독립기관이 된 것은 1963년 ‘국회도서관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국회도서관은 개원 이후 그동안 입법과 의정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조사해 7만건이 넘는 ‘의회·법률정보 회답’을 제공했고, 국회의원 정책활동 자료 3만건과 입법부 보도자료 10만건을 정책정보DB와 보도자료DB로 구축하는 등 국회 의정지원기관으로서 의회도서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1993년 일반인에게 부분 개방된 국회도서관은 주말개관과 야간개관에 이어 2016년 청소년 자유이용제, 2018년 개인도서반입 허용 등으로 국민과 함께 하는 열린 공간으로도 성장해 왔다. 국가 지식정보의 축적기관으로서 국내외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온 국회도서관의 장서는 일반도서, 학위논문, 정기간행물, 전자자료를 포함해 750만권에 이른다. 개관 70년 만에 200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학술정보상호협력 협정을 체결한 국내외 기관은 5800곳이 넘고, 지금까지 구축된 원문DB는 3억 5000만 면 규모다.

한편 국회의 기억기관으로서 국회도서관은 2009년 국회기록보존소가 사무처에서 이관된 이후 입법부의 기록과 역사를 지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2015년 해공 신익희 선생 전시회를 개최했고, 홍진 의장 후손에게 임시의정원 관인을 수집하기도 했다. 2016년 국회의장단 구술총서 발간을 시작했으며, 2020년부터는 국회의장 국외 수령 선물을 관리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AI’로 무장하는 지능형 미래도서관

개관 70주년을 맞아 국회도서관은 최신기술을 활용해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최상의 의회도서관으로서 국회와 국민이 함께 하는 70년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의정정보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해 나갈 것이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대전환의 시점에서 의회가 중장기 국가의 전략을 수립하고 국가 의제를 잘 제시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와 통계를 선제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구현될 국가전략 차원의 정보와 데이터는 미래 전망까지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지식정보전달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AI에 기반을 둔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국회도서관이 운영 중인 지능형 의회정보 융합분석시스템 ‘아르고스(Argos)’는 매일 30만 건의 자료를 분석해 이슈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지난해 시작된 일본법 AI번역 서비스는 다른 언어로도 확장될 예정이다.

지능형법률검색시스템에서는 법률용어가 아닌 일상 언어로도 법률검색이 가능해질 것이다. 통계청이나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계한 ‘디지털 빅데이터 연구센터’도 준비 중이며, 모든 입법·법률, 학술정보는 ‘데이터셋’으로 변환되어 데이터기반 도서관서비스 모델을 정립하게 된다. 국회도서관이 제공하는 융합콘텐츠 서비스는 지능형 미래도서관의 모습이기도 하다.

‘국회부산도서관’ 개관으로 공간적 확장

또한 국회도서관은 의회서비스를 넘어 대국민서비스 강화를 통해 모든 국민을 연결하는 역할로 나아가고 있다.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하며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온 국회도서관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사람과 세상을 잇고 있다.

3월 31일 국회부산도서관이 개관하면서 전쟁 속에서 씨앗을 틔웠던 국회도서관은 70년 만에 공간적으로도 확장되었다. 부산 명지국제신도시에 자리한 국회부산도서관은 기존의 지방의회정보센터와 법률정보센터를 보완 확장한 지방의정서비스 중심의 의회도서관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의 연구원, 민간기업 등과 함께 지역공동체가 성장하는 지역 특화 공공도서관으로 꾸려진다. 국회부산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의 지식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의회민주주의를 체험하는 공공도서관이 될 것이다.

그동안의 도서관이 인류의 지식과 정보를 책으로 보관·전수해왔다면, 이제는 디지털화된 자료로 서로를 연결하고 상호작용하는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다. 전 세계의 지식정보를 수집하여 국회와 국민에게 제공함으로써 의회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인류의 지적문화유산을 보존해 후세에 전승한다는 국회도서관의 사명은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는 미래도서관에서도 뚜렷하게 지속될 것이다.

앞으로의 70년은 국회도서관의 데이터 융합콘텐츠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서로를 연결하는 장면을 메타버스에서 체험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질지 모른다.

※이 글은 국회사무처가 발간하는 국회 소식지 월간 ‘국회보’ 2022년 4월호에도 실렸습니다.

필자 이명우 국회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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