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일본통 공로명장관이라면 ‘북경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어떻게 풀까?
원칙에 대한 단호함과 유연한 협상력을 갖춘 외교관, 공로명(孔魯明)을 한마디로 평할 때 그렇게들 말한다. 그에 관한 에피소드가 후배들에 의해 ‘공로명과 나’에 자세히 그려져 있다. 어느 한 분야나 직업에 있어 완벽한 인재를 갖는다는 것은 개인으로도 행운이거니와, 주변으로서도 다행이다.
공 장관은 본관이 공자가 나온 중국 곡부로 출생지는 함경북도 명천이다. 해방 후 경기고를 다니다가 6.25전쟁이 터지자 군에 들어가 중대장을 마치고 이후 통역장교로 복무하였다. 1958년 제대 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5.16이 나던 1961년에 외무부에 들어갔다. 즉 그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같다. 1932년생, 육사 11기,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과 나이와 걸어온 길이 거의 같다.
1983년 정무차관보로서 중화민국 민항기 불시착 사건을 원만히 처리했다. 1992년 한중수교 이전이다. 그 후 모스크바 초대 영사처장으로 한소 수교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이후 뉴욕총영사를 거쳐 주 소련대사가 되었으며, 주 일본 대사도 지냈다. 1992년 외교안보연구원장을 거쳐 남북고위급회담 대변인을 지내고, 외교부장관이 되었다. 같은 평안도 출신의 임동원이 외교연구원장 후임이다. 외교관으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을 다 겪은 것은 드물다.
다양한 경험을 지낸 것은 본인 실력과 운도 맞았지만, 외교를 총괄하는 대통령들이 잘 썼기 때문이다. 현재 외교부에서 많은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인재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후배들이 올라온다고 해서 자리를 비어주기 위해 대사는 몇 군데 이상은 안 된다는 관행은 재검토해야 한다. 유엔에서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중국어 6개 국어로 통역이 된다. 단, 외교관은 영어만은 탁월하게 해야 한다.
베이징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하겠다는 미국에 대한 한국 입장을 두고 말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호주 방문에서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보이콧에 동참하라는 권유를 받은 바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오커스(AUKUS)인 호주는 보이콧한다. 일본도 이들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중국과도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중국과 ‘조화로운 관계’가 문제다. 중요한 것은 일반적 총론이 아니라 개별적 각론이다, 최근 요소수 사태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할 국익에 관한 고려 사안이다.
미국은 중국 경제가 곧 고비를 맞는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계속적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럽이나 일본, 당국만 아니라 민간 전문가에서도 차이가 크다. 한국은 이들과 같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여유를 누릴 수 없다. 중국에 들어갔던 기업들이 자국 기업 우선주의로 외국기업은 점점 설 땅이 좁아져 중국을 벗어나 동남아로 이동하는 것이 추세다.
러시아와 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있으나, 중국과 국경분쟁을 치르고 있는 인도와는 협력관계에 있다. 세계는 만만하지 않다. 중국 성장이 얼마나 계속 될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