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졸속 시행 금물, 철저한 공론화 과정 거쳐야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2020년 9월12일 개청한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은 현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완화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정책을 10월말쯤 시행할 수 있다고 9월 7일 밝혔다. 정부는 10월말쯤 국내 고령자 90% 이상, 성인의 80% 이상이 코로나 백신접종을 완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14일 기준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사람은 누적 3397만9519명으로 이는 전체 인구(작년 12월 기준 약 5135만명)의 66.2% 수준이다. 전 국민의 70%인 3600만명까지는 약 203만명이 더 접종을 받아야 한다. 한편 2차(얀센 1차 포함)까지 접종을 마친 사람은 2048만5521명으로 인구 대비 접종 완료율은 39.9%로 독일(61.46%), 미국(52.9%), 일본(50.04%)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 상태다.
코로나19 연령별 접종 완료율(9월 12일 기준)은 △80세 이상 79.2% △70-79세 88.9% △60-69세 86.4% △50-59세 32.6% △40-49세 24.8% △30-39세 30.0% △18-29세 25.1% △17세 이하 0.2%로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다.
방역당국이 공개한 대국민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73.3%가 “위드 코로나 전환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전환을 위해선 일단 코로나 4차 유행을 안정시키고,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중 전파력과 증상, 백신 효과 등을 고려해 주의해야 할 변이 바이러스를 ‘우려(주요) 변이’와 ‘관심(기타) 변이’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우려 변이’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 4종이며, ‘관심 변이’는 애타, 요타, 카파, 람다, 뮤 등 5종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최근 1주 국내 감염 사례 주요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94.8%이며, 델타형 바이러스가 94.3%를 차지했다.
최근 국내에서 ‘뮤(Mu)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3건 확인됐으며 멕시코, 미국, 콜롬비아에서 유입된 사례다. 뮤 변이는 올해 1월 콜롬비아에서 최초 검출된 이후 페루, 칠레, 미국 등 40여국에서 확인됐다. 지난달 벨기에의 한 요양원에서는 7명이 뮤 변이에 감염돼 사망했으며, 이들은 백신 접종 완료자였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전환 기준을 중증 전환율은 확진자의 1% 이하, 월평균 치명률은 0.1%까지 떨어져야 가능하다고 본다. 국내 월별 치명률은 작년 12월 2.7%에서 올 4월 0.59%, 6월 0.24%로 내려갔다가 8월엔 0.36%를 기록했다. 이에 접종률이 계속 늘어 현재 월평균 0.2-0.3%대인 치명률이 독감 치명률과 비슷한 0.1% 정도까지 낮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하루 2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해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가 1년 8개월 지나면서 방역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와 지식이 많이 쌓였으므로 막무가내식 방역 지침은 손보면서 가야 한다. 방역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헌법 위에 감염병 예방법이 있다”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위드 코로나’는 감염병 확산 우려 속에서 일상생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이므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추진해야 한다. 국민들이 위드 코로나를 방역의 완전한 완화로 여기거나 코로나가 종식되는 거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겐 코로나19가 감염될 수 있으며, 백신 접종 완료자도 돌파감염(breakthrough infection)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기 위해선 9월에 방역적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얼마나 4차 유행을 통제하는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코로나 유행 수준이 좀 더 안정화하는 성과가 있어야 점진적으로 방역 체계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 9월은 점진적인 방역 완화 조치로 건너가는 중대 갈림길이다.
‘위드 코로나’ 전환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 전체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역과 일상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이에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정하듯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말고, 정부는 ‘위드 코로나’ 청사진을 마련하고 전문가와 여야, 일반 국민 등과 폭넓은 논의와 합의를 거치는 절차가 필요하다.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등 현행 방역대책의 조정과 관련하여 ‘점진적 변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코로나와 함께 살기)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자칫 사회적 거리두기를 없앤다는 의미로도 표현되고 있어서,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이란 용어로 정부 내에서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