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지혜의 샘’···무굴제국 악바르의 교훈 “나쁜 일이 약 될 때도”
19세기 중반까지 300년 동안 인도 북부를 통치한 이슬람 왕조인 무굴제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무굴제국의 악바르 왕에게는 ‘비르발’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비르발은 힌두교도이지만 지혜를 인정받아 회교도인 왕의 재상이 됐다.
두 사람은 늘 함께 다니며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곤 했다. 그런데 비르발에게는 왕의 신경을 건드리는 습관 한 가지가 있었다. 언제나 “모든 일은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한번은 악바르 왕이 검술훈련을 하다가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잘렸다. 모든 신하가 공포에 휩싸였지만 비르발은 아무 동요 없이 서있었다.
그것을 보고 왕이 말했다. “내 엄지손가락이 잘려 피를 흘리는데 그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서있군.” 비르발이 답했다. “당연히 염려가 됩니다. 하지만 모든 일은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결과적으로는 다 좋은 일입니다.”
악바르는 자신이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데, 비르발의 말이 철학에만 관심을 갖는 것에 화가 나 소리쳤다.
“이것이 좋은 일이라고? 내가 죽기를 바라는가? 이 자를 당장 지하 감방에 가두어라!” 호위병들에게 끌려가며 비르발이 한 마디 했다. “이 또한 이유가 있어서 저에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궁극적으로 좋은 일입니다.”
왕은 손가락 절반을 잃고 곧 부상에서 회복되었다. 얼마 후 악바르는 밀림으로 사냥 나갔다가 호위병들보다 앞서 숲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매복해 있던 원시부족이 왕을 덮쳤다. 악바르는 그물에 휘감긴 채 밀림 속 광장으로 끌려갔다. 부족들은 그가 누구인지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밀림의 신에게 바칠 희생물일 뿐이었다. 그들은 희생 의식에 맞게 포로의 옷을 다 벗기고 알록달록하게 장식을 했다. 포로가 제단으로 끌려가는 길목에서는 부족민들이 춤을 추며 괴성을 질렀다. 공포에 사로잡힌 왕은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
부족의 사제가 긴 칼을 휘두르며 다가왔다. 그리고 원을 그리며 포로의 둘레를 돌면서 여러 각도에서 몸을 살폈다. 신에게 바치려면 신체가 완벽한 희생물이어야 했다. 이때 사제가 왕의 잘려진 손가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 자는 신에게 바치기에 부족하다. 흠집 있는 자를 신에게 바칠 순 없다.” 안타까운 탄식이 무리 중에서 터져 나왔다.
사제가 포로를 묶고 있던 넝쿨을 단칼에 끊었다. 그러고는 엉덩이를 발로 차 밀림 밖으로 추방시켰다. 죽기 직전에 가까스로 풀려나 왕궁으로 돌아온 악바르는 비르발을 불러오게 했다. 그리고 그날 겪은 일을 설명하며 말했다.
“그대가 옳았소. 내가 손가락 하나를 잃은 것은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었소. 덕분에 야만인들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고 살아 돌아올 수 있었소.”
그러고 나서 비르발에게 물었다. “내 경우는 그렇다 치고, 그대는 내가 감방에 가뒀을 때 왜 자신에게 좋은 일이라고 했는가?” “세상에 나쁜 일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든 좋은 면이 있기 마련입니다. 만약 제가 감옥에 갇혀 있지 않았다면 오늘 저는 당연히 폐하와 함께 사냥을 나갔을 것이고, 함께 야만인들의 포로가 되었을 것이며, 당연히 손가락이 온전한 제가 희생물로 바쳐졌겠지요.”
무굴제국의 선왕 중 하나로 꼽히는 악바르는 그의 지혜에 감탄하며 말했다. “그렇다. 모든 일은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다는 것은 진리이다.”
고대 그리스에는 “나쁜 일이 좋은 일”이라는 격언이 있었다.
우리가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불행은 일어날 때부터 이미 그 안에 행운의 부적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에 일어나는 나쁜 일들은 ‘불행을 가장한 기쁜 일’(blessing in disguise)이라는 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