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차 선호하면서 탄소중립 달성 목표 어떻게?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2015년 파리협정 채택 이래 각국에서 가솔린차 판매금지나 통행제한, 전기차(EV) 도입 확대를 향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가장 빨리 움직이는 지역은 유럽이다. 유럽연합(EU)는 지난 7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주행거리 1km당 CO2 배출량 95g의 기준을 제시하고, 지키지 못할 경우 메이커별로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의 연간 과징금을 물도록 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유럽, 한국의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기준은 다음과 같다. 미국은 2021년 110g/km, 2025년 103g/km, 2030년은 미발표이며, 유럽연합은 2021년 95g/km, 2025년 81g/km, 2030년 59g/km이다. 한편 한국은 2021년 97g/km, 2025년 89g/km, 2030년 70g/km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8월 5일 2030년 미국 신차 판매의 50%를 탄소배출 제로차량(전기차ㆍ수소차ㆍ플러그인)으로 만들겠다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중국도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2035년부터 전기차 50%, 나머지 50%는 하이브리드카(hybrid car)로 채울 방침이다. 순수 내연기관차는 완전 퇴출되는 것이다.
일본도 2035년부터 신차 판매를 모두 전동차(전기차ㆍ수소차ㆍ플러그인ㆍ하이브리드)로 바꾼다.
한국 정부도 8월 5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실현 3개 시나리오’에서 2050년에 전기ㆍ수소차 등 탄소배출 제로 차량 비율을 76-97%로 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는 10월에 영국에서 제26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다. 한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7년 대비 얼마 줄이겠다고 보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2017년 대비 24.4% 감축 계획을 제출했다.
올 상반기 국내 신차 판매 톱10 순위를 보면, 1위 그랜저를 포함해 중ㆍ대형차가 80%를 차지했다. 준중형은 2종(3위 아반테, 9위 투싼)뿐이었고, 경ㆍ소형은 한 차종도 없었다. 톱10 차종은 전부 가솔린ㆍ디젤 중심(일부만 하이브리드도 선책 가능)이었다. 세계 주요 자동차시장 가운데 중ㆍ대형차가 판매 상위권을 휩쓴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미국은 대형 픽업트럭이 톱3을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준중형이 5종, 중형이 2종이었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달성의 구체적 시간표를 작성해야 할 시기가 왔는데도 불구하고 중ㆍ대형차 위주 시장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전문가는 말했다. 정부가 현실적 실행계획을 세워 나가지 않는다면, 자동차 부문에서도 탄소배출 제한의 가혹한 현실과 마주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