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검술 이야기 3] 서구사회에 적응한 동양무예 ‘태권도’의 사례

[아시아엔=최진욱 PM본부장, 육사 43기, 레저스포츠학 박사] 무술과 스포츠의 개념 상 차이에도 불구하고 무술이 더 이상 전투의 기술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양자의 개념적 차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현대에 들어와서 전투 기술로서의 무술 또는 정신 수련적 의미로서 무도의 본래 목적은 이미 퇴색되었다. 오히려 스포츠적인 요소가 가미된 스포츠로서 무예의 역할에 더욱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우리는 현 시점에서 문화적 콘텐츠로 인지되고 있는 검술의 가치를 최고의 전투기술로 평가받던 과거 시점의 그것으로 평가하고 판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2020 도쿄올림픽 정식종목 태권도 <사진=AP/연합뉴스>

문화적 콘텐츠 무예를 이해하는데 있어 주목해야 할 것은 스포츠화에 성공한 태권도의 사례다. 여러 동양 무예중에서 태권도는 가장 서구화된, 다르게 말하면 서구사회에 가장 잘 적응한 동양무예라 평가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서구화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서구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도 태권도는 동양무예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다. 태권도는 어떻게 서구화에, 달리 말하면 스포츠화에 성공하였을까? 그리고 왜 서구인들은 태권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분석해 보면 다음의 네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서구인들이 원하였던 것은 허락된 범위 내에서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공격욕구를 자유롭게 발산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가라테에서는 부상을 예방할 목적으로 가격부위 바로 앞에서 공격을 멈추는 ‘촌지’ 방식을 택하고 있고, 우슈는 겨루기 보다는 개인 기량의 시연 위주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가라테의 경우 인간의 공격본능을 억제하는 것이 기본규칙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태권도는 일찍부터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대신 직접 가격 방식을 채택하여 인간의 공격 충동을 억제하는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직접적인 타격을 가함으로써 행위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것이다.

둘째, 대부분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서구인들은 자신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무예인들은 동양의 전근대적 규범과 가치 체계를 제시하며 자신의 수련생들에게 이를 따르도록 행동으로 강요하는데, 이러한 변신에 성공한 모범적인 케이스가 태권도이다.

셋째, 서구인들은 단축된 과정을 원한다. 따라서 기나긴 시간이 필요한 도제식 수련은 원치 않는다. 태권도는 매우 쉽고 빠르게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현대적 수련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서구인들의 욕구에 잘 부합한다.

넷째, 서구인들은 실제 무술가가 되기보다는 무술가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선호하고 있다. 이는 구릿빛으로 피부를 태움으로써 건강해 보이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 여기서 우리는 태권도가 그 어떤 동양무술 보다도 이 같은 스펙타클한 요소를 잘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속도와 정확성을 중시하는 경기에서 선수들의 화려하고 다양한 발차기 기술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보았을 때 우리는 스포츠로서의 검술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조건들을 유추할 수 있다. 먼저 인간의 공격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해야 한다. 둘째, 검술 수련이 가지고 있는 정신체계가 퇴색되지 말아야 한다. 셋째, 누구나가 손쉽게 습득할 수 있는 화려한 동작을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춰질 때 전투기술이었던 검술은 문화적 컨텐츠로 각색될 수 있으며, 태권도와 같은 명실상부한 무술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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