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검술 이야기 2] 문화적 행위로 재해석 된 현대적 관점의 검술

[아시아엔=최진욱 PM본부장, 육사 43기, 레저스포츠학 박사] 중국과 우리나라의 경우 무술 또한 문화적 행위로 전환된 이후에야 비로서 민족적 색채를 띄게 되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국가 차원에서 외세에 저항하는 민족운동의 일환으로 민간인들의 무술을 장려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투기술을 다루는 무술, 특히 무기술은 역사 이래로 국가별 다양한 문화의 일부로 발전해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전투기술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따라서 어느 국가나 적대국의 전투술을 철저히 분석했고,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전투기술을 창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자.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 전까지 군에서 도검을 중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임진왜란 당시 도검을 사용하는 왜군에 처절하게 유린당한 이후에야 도검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일본에서 일본도를 수입하기 시작하였다. 왜국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한 군사 교본으로서 무에도보통지도 편찬하게 되었다. 이는 상대국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무예도보통지에 왜검보를 서술하는 부분에 교전보까지 별도로 첨부하면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을 보면 임진왜란때 조선이 받은 충격의 크기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사고방식으로 우리 조상들이 나라를 지키자고 일본도를 사들이고, 중국의 병서를 베겼다고 이를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는 조선시대의 무술을 오늘날과 같이 단순한 문화적 행위 내지는 체육활동으로 인식하는데서 오는 오류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무술, 검술은 민족의 생존을 위한 것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선조들은 우리 것 보다 더 발전된 검술을 받아들이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편찬한 것이 무예도보통지였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오늘날의 개념으로 말하자면 각개전투교본, 전투교본이었던 무예도보통지를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이 과연 얼마만큼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을까? 복원작업이 중요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우리는 그림과 서술로 이루어져 있는 주요 동작을 얼마만큼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을까? ‘복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남게 된다. 냉정하게 말해 그림을 보고 동작을 복원하는 것은 오늘날의 지식에 의해 해석된 동작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 조상들의 각개전투 기술로서의 검술이 아닌, 문화적 행위로 재해석되어 스포츠적인 요소가 포함된 현대적 관점에서의 검술일 것이다.

서울 양천구의 검도장에서 대련하고 있는 학생들. 현대인들은 스포츠 혹은 문화적 행위로 검술을 즐긴다. <사진=연합뉴스>

전통검술은 과거 전투기술의 복원이라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스포츠나 문화적 행위로서 어떻게 현대인의 건강과 유희적 욕구를 충족시킬 것인가? 이러한 관점에서 전통검술을 이해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오늘날 한중일 3국은 무예, 무술, 무도와 같이 동일한 의미를 갖지만 이를 언어로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전혀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무예는 우리나라에서, 무술은 중국에서, 무도는 일본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다. 현대의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무술 혹은 무도와 스포츠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한 연구자는 무술과 무도의 개념에 대해서 말하길 “무술은 대인 격투기술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강조하고, 무도는 기술성을 초월하는 정신성, 철학성에 강조를 두는 수련관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이들의 의미를 애써 구분했다.

그렇다면 스포츠는 무엇인가? 우리가 즐기고 있는 현대스포츠는 인간내면에 억제되고 통제된 공격성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초창기의 스포츠는 다분히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특성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문명화 과정이 진행되면서 초창기의 스포츠가 견지하고 있던 공격욕구의 적나라한 배출방식은 점차 세련되고 순화되어졌다. 즉 모든 스포츠의 규칙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공격욕구를 배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스포츠를 통해 만족과 쾌락,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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