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검술 이야기 1] 전통검술의 문화적 이해
[아시아엔=최진욱 PM본부장, 육사 43기, 레저스포츠학 박사] 우리는 일상적으로 문화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면 문화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문화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에서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활동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 정신적 소득의 총칭’이다. 또한 영국의 인류학자인 E.B 타일러(Edward Burnett Tylor)는 그의 저서 ‘원시문화’(Primitive Culture)에서 문화란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라고 정의했다. 즉, 문화란 인류에서만 볼 수 있는 사유나 행동의 양식 중에서 유전에 의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집단 또는 사회로부터 습득하고 전달받은 것 전체를 포괄하는 것의 총칭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문화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그 문화의 특정 형태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용어가 필요다. 사회문화적 체계라는 단어가 바로 그러한 용어이다. 사회문화적 체계란 부족이나 현대 국가의 국민 등과 같은 자율적인 인간 집단이 갖고 있는 문화로 정의될 수 있다. 모든 인간 사회는 고유의 사회문화적 체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모든 사회문화적 체계는 전체 인간 문화의 구성요소, 즉 기술?제도?관념 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개개인의 사회문화적 체계는 그 구조와 조직에 있어서 현저하게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우선 자연자원의 차이에서 유래할 수 있다. 언어나 도구의 제작 및 사용 등 다양한 활동의 발달 정도가 다른데서 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위문화적 체계의 분석이나 비교를 위해서는 각 집단의 생물학적 조건이 평등하다는 가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검술을 전통검술이라고 하면서 민족문화의 일부로 보는 견해에는 한 민족만의 독특함이 검술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가 평상시 접하고 있는 이 검술을 문화적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것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우리는 검술을 문화적 관점에서 해석하려면 검술에 대한 객관적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존하고 있는 검술은 냉정하게 평가해 볼때 과거 군인들이 훈련했던 전투 기술이었다는 사실이다. 전투기술이란 각 개인의 전투력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것이며, 전쟁이라는 국가간의 갈등 상황에서 각 개인이 생존하고 전투에 승리하기 위한 기술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전투기술이었던 검술을 단순하게 문화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전투기술이라 함은 언제나 상대적인 개념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일반문화와는 달리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중국, 한국, 일본은 자연스럽게 검술이 교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내용적으로 매우 유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면 검술이 오늘날과 같이 문화와 결합되기 시작한 시기는 언제일까? 그것은 검이라는 전쟁 장비와 수단이 국가 통제의 군사훈련 과목에서 제외되고, 민간에서 수련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통제하던 전투수단으로서 무술의 수련을 더 이상 국가에서 간섭하지 않게 된 시기는 한국의 임오군란, 중국의 의화단 운동, 일본의 서남전쟁이라는 근대의 사건 이후라고 말하고 있다.
여러 무술 중에서도 특히 무기를 사용하는 창술과 검술 등은 국가 권력의 향배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투수단이었기 때문에 과거에는 국가에서 철저히 통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술한 사건들 이후로 검술은 전투기술에서 문화적 행위로 전환되었다 볼 수 있다. 검보다 더 효과적인 총포의 개발과 도입으로 인해 무기로서의 검과 전투기술로서의 검술수련에 국가에서 간섭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모든 문화적 행위는 국가의 환경, 특성과 깊은 연관성을 지닐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문화의 상대주의적 접근법이라 한다. 즉, 인간들의 보편적인 욕구라 하더라도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른 수단에 의해 충족된다는 점, 도덕이란 도덕률 그 자체에 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행위의 규칙에 맞추어 구성되어 있다는 점 등이 인식되면서 국가의 문화는 그 문화의 맥락에 의해 이해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어떤 문화권에서는 도덕적으로 여겨지는 행위라 할지라도 다른 문화권에서는 비도덕적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