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 없이 사는 늙은이” 무수옹을 아시나요

신발 한 켤레, 내복 한 벌이면 족한 삶이건만…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근심 없이 사는 늙은이’를 무수옹(無愁翁)이라고 한다. 우리 가족과 가까운 이들은 날 보고 ‘무수옹’이라고 놀린다.

세상에 근심 없이 사는 삶이 얼마나 좋겠는가? 그야말로 안빈낙도하는 사람이 ‘무수옹’이다.

옛날에 근심 걱정이 없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 노인한테는 열세명의 자녀가 있었다. 아들 열둘에 딸이 하나였다. 그들은 모두 혼인 해서 아들딸 낳고서 유복하게 살아갔다. 그리고 하나같이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다.

어느 날 열세 남매가 모여서 부모님 모실 일을 의논했다. 맏아들을 비롯한 열세 남매 모두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나섰다. 결국 돌아가면서 부모님을 모시기로 결정했다. 열두 형제가 돌아가면서 한달씩 부모님을 모시고, 4년마다 한번씩 윤달이 찾아오면 딸이 부모님을 모시기로 했다.

노인은 유람을 다니듯 한달에 한번씩 자식 집을 옮겨 다니며 극진한 공대를 받았다. 가는 곳마다 따뜻한 방과 맛난 음식, 그리고 손주들의 재롱이 노인을 반겼다.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감탄해서 한 마디씩 했다.

“정말 근심 걱정이란 없는 노인이야.” “그러니 무수옹이지.”

‘무수옹’에 대한 소문은 돌고 돌아 임금 귀에까지 들어갔다. “임금인 나한테도 근심 걱정이 적지 않은데, 근심 없는 노인이라니 이게 웬 말인고? 한번 만나보고 싶으니 불러들여라.” 그렇게 해서 무수옹은 임금 앞에 불려갔다. “정말 그대는 아무 걱정이 없단 말이오?”

“몸이 건강하고, 자식이 번창하며, 먹고 입는데 걱정이 없으니 마음에 거리낄 일이 없습니다.” 그러자 임금은 탄복을 하면서 무수옹에게 오색이 찬란한 구슬 하나를 내주었다. “내가 주는 정표이니 다시 만날 때까지 잘 간직하도록 하시오.” “황감합니다.” 무수옹은 임금님한테서 귀한 선물을 받아들고 대궐을 나서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강이 하나 있어 배를 타고서 건너야 했다. 무수옹이 배에 올라타자 뱃사공이 노를 저어가면서 물었다. “노인장은 어디를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허허. 대궐에 가서 임금님을 뵙고 오는 길이라오. 이렇게 선물까지 받았지요.” 그러면서 노인은 뱃사공에게 오색이 찬란한 구슬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사공이 구경 좀 하겠다며 구슬을 받아서 만지다가 강물에 빠뜨려 버리고 말았다. “아이고! 이걸 죄송해서 어쩝니까? 귀한 물건인데…….” 무수옹은 깜짝 놀라 당황했지만 금방 체념한 듯 말했다. “어쩌겠습니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걸요.”

하지만 거기에는 숨겨진 내막이 있었다. 임금님이 미리 아랫사람을 시켜서 사공으로 하여금 그 구슬을 강물에 빠뜨리도록 한 것이었다. 노인에게 근심거리를 만들어 보기 위한 계책이었다. 무수옹이 구슬을 잃어버리고 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임금님이 무수옹을 부른다는 전갈이 왔다.

“전에 임금이 하사하신 구슬을 반드시 가지고 오시라고 합니다.” 그러자 무수옹은 그만 아주 난처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임금이 특별히 하사한 구슬을 소홀히 다루다가 잃어버렸으니 큰 벌을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소식을 들은 열세 남매가 함께 모였다.

머리를 맞대고 함께 걱정 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무수옹이 말했다. “걱정들 말거라. 어떻게든 되겠지.” 그때 무수옹의 맏며느리가 한자리에 모인 식구들의 음식상을 차리려고 생선을 여러 마리 사가지고 왔다. 며느리가 무심코 생선 배를 가르는데, 한 마리 뱃속에서 이상한 구슬이 또르르 굴러 나왔다.

“이것 좀 보세요. 글쎄 생선 뱃속에서 이게 나왔어요.” 그러자 무수옹이 그 구슬을 보고서 말했다. “얘야! 바로 그거야! 그게 바로 임금님이 주신 구슬이란다.” 그러자 식구들이 다들 웃으며 손뼉을 쳤다.

무수옹은 구슬을 품에 간직한 채 대궐로 들어갔다. 무수옹이 아무 근심도 없는 표정으로 임금 앞으로 나아가자 임금이 의아하게 여기면서 말했다. “그동안 잘 지냈는지 궁금하오. 내가 준 구슬은 잘 가지고 있겠지요?” “물론입니다.” 무수옹은 품에서 오색찬란한 구슬을 꺼내 보였다.

그러자 임금이 깜짝 놀라 말했다. “아니 그 구슬은 강물에 떨어졌다고 하던데……” “그랬었지요. 하지만 이렇게 되찾았답니다.” 무수옹은 생선 뱃속에서 구슬을 되찾은 사연을 아뢰었다. 그러자 임금은 무릎을 치면서 탄복했다. “그렇구려! 하늘이 준 복을 인간이 어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소. 노인장은 과연 무수옹(無愁翁)입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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