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도쿄올림픽 잇단 방송참사…”목표와 현실의 불일치 드러내”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MBC에서 대형 방송참사가 일어났다. 올림픽 개막식 방송 중 우크라이나를 소개하면서 체르노빌을 방영한 것이다. 발끈한 러시아 출신 방송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한민국 선수가 입장했을 때 세월호 사진 넣지, 왜 안 넣었어?”라고 비판했다. 세계를 감동시키고 경악하게 만든 88서울올림픽이 한숨에 묻혀버렸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낸 MBC는 해당국가 국민과 시청자에 사과문을 냈지만, 일시적 사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담당자의 일시적 착오가 아니라 MBC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 매스컴 수준의 반영이다.
신문의 시대에는 리프만이 대통령이었다. 텔레비전 시대에는 크롱카이트가 힘이다. 미국의 진정한 힘은 무력, 경제력이 아닌 언론의 힘이었다.
영국인들은 BBC를 본다.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야만을 제재하기 위한 세계여론이 여기에 모인다. 미국인은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를 본다. 일본이 선진국이라고 하나 이들의 권위와 명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반영하는 색채가 빤하다. 아사히나 요미우리 등 신문을 펼치기도 전에 예측이 들어간다. 여론 지도층의 공정하고 지혜로운 의견을 널리 반영하지 못한다.
한국에서도 신문의 칼라는 사주에 따라 대체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국민이 주인인 KBS와 MBC가 정부를 반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이들부터 장악한다. 시사 토론자를 보아도 좌우편이 있다.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UMPIRE)이 편이 갈리면 안 된다.
여론조사 회사는 최선의 통계학적 기법을 동원하여 여론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여론은 결국에는 투표로 반영된다. 때문에 투표당일 출구조사가 가장 정확하다. 그래서 정치적 판단은 통계와 분석이 아니라 직관과 경험의 영역이다. 여야를 오가며 수많은 선거를 치른 김종인의 노회한 한마디가 고가로 팔리는 이유다.
미국에 월터 리프만이 있었다고 하면 우리에는 천관우가 있었다. 그는 “언론은 오늘의 역사요, 역사는 내일의 언론”이라고 갈파했다. 지금 우리 언론에는 역사와 언론을 오가는 천관우 같은 어른이 없다.
신문에는 언론고시라고 할 정도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였지만, 입사해서는 특종을 좇는 회사의 요구에 시달렸다. 텔리비전 시절에는 크롱카이트가 있다. 인터넷과 텔리비전 시대 앵커는 더 높은 감각과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문화방송의 사고는 여기서 목표와 현실의 불일치가 드러난 것이다.
문화방송의 사고는 국가적 재앙이다. 88서울올림픽의 영광과 성취를 일거에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하나의 불상사와 준비부족이 모두를 망치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최선과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