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는 왜 ‘노숙인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신청 안할까?
[아시아엔=민다혜 기자] “노숙인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신청한 지자체가 전국에 단 한곳도 없었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요?”
26일 오후 6시 (재)라파엘나눔(ROSA, 이사장 김전·상임이사 안규리)이 ‘홈리스 정책평가와 개선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ROSA 웹 세미나’에서 Q&A를 맡은 안규리 상임이사(국립의료원 신장내과 교수, 전 서울대의대 교수)는 발제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그러나 발제자에게만 던져진 게 아닌 듯했다. 이날 일몰시간이 다 되도록 35도 안팎의 폭염에도 버스로 이동 중에도 참여한 40여 참석자들 모두에게, 그리고 안규리 교수 자신에게 묻는 것인 듯했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1월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추진계획’을 통해 전국 지자체 공모를 통해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숙인 선도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총 29개 지자체가 신청했지만 노숙인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신청한 지자체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2026년까지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를 위한 선도사업을 시작했지만, 노숙인 관련사업은 빠지고 말았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그 원인과 관련해 “사회적 낙인이 심한 장애인과 정신질환자도 선도사업에 포함됐으면서, 노숙인이 빠진 것은 지자체 입장에서는 굳이 정치적인 영향력도 없고, 지역사회에서 기피하는 대상인 노숙인을 위해 예산을 들일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협회, 정신질환자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이 있지만 노숙인에게 필요한 기관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원오 성공회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선진사회에서도 노숙인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며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제도가 필요하지만 실상 뾰족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아시아엔 이상기 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내년 대선에 출마하는 유력한 후보들이 비록 득표에는 도움이 안 되더라도 노숙인 문제 해결에 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면, 국민들이 그런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제3차 ROSA 웹 세미나’는 정원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홈리스 정책평가와 과제’, SBS 조동찬 기자의 ‘언론에서 바라본 홈리스 건강’ 주제발표 후 Q&A가 이어졌다. 다음 4차 세미나는 9월 하순 열릴 예정이다.
다음은 이날 발표 주요 내용.
홈리스 대책으로는 응급보호가 우선이며 질병은 의료보장체계, 장애는 장애인복지, 가출은 가출청소년복지 등 체계적인 사회복지 지원제도가 구축되어야 한다. 구체 방안으로 △지역간 불균형 해소를 위한 중앙정부의 책임성 강화 △부처별 협력체계 강화와 종합적인 조정체계 구축 △주거우선의 원칙 확립(중앙정부의 역할 강화) △시설보호에서 지역사회복지 체계의 정상적 작동을 활성화(지역사회연계) 등이 필요하다. (정원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나를 해칠 것 같아서”…일면식 없는 남성에 흉기 휘두른 노숙인, ‘감염 노숙인’ 106명 찾아낸 경찰…”다 같은 국민” 등의 제목처럼 홈리스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를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홈리스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선 독자들의 눈을 적극 이끌기 위한 노력도 때로 필요하다고 본다. 노숙인 자립 지원모델안과 노숙인 커뮤니티케어 등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주제로 전달하려는 노력이야말로 홈리스 보도의 수준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는 변화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