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미래 성장동력 ‘수소산업’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해외 원전시장 공동 진출을 약속했다. 탄소중립과 해외 원전시장 진출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양립할 수 없다. 이에 탈원전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는 만큼 원전 설비를 증설하지 않고는 안전적인 전력 공급과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프랑스는 1973년 1차 석유파동 이후 대대적 원전 건설에 착수하여 현재 전력의 7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의 경제적 사활을 중동산유국들의 독과점 횡포에 맡겨둘 수 없기에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다. 우리나라도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에너지 안보를 위하여 탈원전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가들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 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지난 3월 UN 유럽경제위원회가 주관한 워크숍에서 원자력 에너지로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즉,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거나 열화학 반응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소(水素, hydrogen)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가벼운 원소로 무색ㆍ무미ㆍ무취의 기체다. 주로 수소분자 H2로 이루어진다. 수소는 연소하더라도 공해물질을 내뿜지 않아 석탄, 석유를 대체할 무공해 에너지원으로 중시되고 있다.
1766년 영국의 헨리 캐번디시가 묽은 산(酸)과 금속과의 반응에서 생성되는 물질을 처음으로 확인하였으나 그 당시까지 널리 알려져 있던 연소설(燃素說)에 따라 수소를 원소로서 인식을 하지 못했다.
이후 프랑스의 화학자 아우안 라부아지에가 수소를 새로운 원소로 인식하였으며, 1783년 작열(灼熱)한 철관 속에 수증기를 통과시켜 물을 분해하고 수소를 얻는 데 성공하였다. 또 수소를 연소시키면 물이 생긴다는 사실도 밝혔다. 원소명칭은 그리스어의 물을 뜻하는 히드로(hydro)와 생성한다는 뜻의 제나오(gennao)를 합친 것으로 영어명 ‘hydrogen’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수소는 생산방식에 따라서 크게 그레이ㆍ블루ㆍ그린 수소로 분류된다. 그레이 수소는 석유화학이나 정유, 제철 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나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수소다. 생산 비용은 가장 저렴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돼 탄소중립과는 거리가 멀다.
블루 수소는 그레이 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ㆍ저장해 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를 말한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ㆍ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수전해, 水電解)해서 얻는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이상적인 수소에너지로 분류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치 않고, 아직까지 생산 단가가 높아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주목받는 것이 원전이다. 세계 각국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데다 상대적으로 수소 활용 기술수준이 축적되어 있어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도 수소 산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SK(주)가 최근 투자를 결정한 미국의 수소기업 모놀리스(Monolith)는 블루ㆍ그린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청록수소’에 특화된 회사다.
청록수소는 블루에서 그린으로 넘어가는 중간단계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천연가스를 수소와 고체탄소로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방식이며, 이산화탄소가 생기지 않아 블루수소처럼 탄소포집 과정이 필요 없다.
미국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세계 수소시장 규모는 2050년 12조달러(약 1경340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수소관련 글로벌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에 따르면, 2050년경 전 세계 수소 소비량은 약 5억4600만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이는 132억6000만배럴(barrel)의 석유를 대체하는 규모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18%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