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예찬···”5분간의 낮잠은 보약 10첩 효과”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요즘 무더위와 열대야 때문에 잠못 이루는 사람이 많다. 낮잠을 자면 밤에 잠자는데 지장이 많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잠 자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들의 발표다.
필자는 거의 잠못 이루는 밤이 없다. 누우면 어디서든지 잠이 든다. 낮잠도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 오전 10시까지 덕화만발 카페 관리에 온갖 정성을 다한다.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단다. 그리고 보내오는 ‘메일’에 모두 답장을 보내고 나면 소진되고 만다.
그러고 나면 자연 잠이 쏟아져 정오까지 꿈나라를 헤맨다. 점심식사를 끝내면 덕화만발 글쓰기에 몰두해 한 꼭지 쓰고 나면 다시 기진맥진, 깊은 잠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아마 그나마 저의 건강을 밤의 숙면과 낮잠이 지켜주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낮잠이 소중하다는 말을 하는 거다.
최근 스위스 로잔대학교 연구팀이 낮잠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 것이 있다. 성인 3462명을 대상으로 5년간 추적조사했더니, 낮잠 자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심장마비, 뇌졸 증, 신부전증, 심혈관 질환 등 혈관질환 위험률이 거의 절반인 48%까지 감소했다. 혈압도 높은 혈압이 거의 5.3~6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서울대 체력과학연구소와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기획한 조사보고에 의하면, 전국의 100세 어른 72명을 인터뷰 한 결과 우리나라 100세인들은 하루 평균 9시간 잠을 자며, 절반 이상(76%)이 낮잠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낮잠을 잔다(54%) 간혹 낮잠을 잔다(22%)라고 한다.
또한 하버드의대와 아테네의대 연구팀은 낮잠을 자는 사람이 심근경색에 걸릴 확률이 30% 낮은 등 낮잠이 심장질환 발병률을 크게 낮춘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또 일본 국립정신신경센터의 타카하시 키요사 박사팀이 낮잠과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관계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30분 이하의 낮잠을 습관적으로 취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릴 위험이 1/3 정도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외에도 미국과 독일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연이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신체는 생물학적으로 오후에 짧은 숙면을 취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브라운의대 연구팀은 인간의 뇌는 오후 1시에서 5시 사이에 일정 시간의 낮잠을 필요로 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쉽게 피로를 느끼는 사람의 경우 낮잠을 통한 휴식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낮잠을 자는 유럽인이나 남미인이 그렇지 않은 북미인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한다.
5분간의 낮잠은 보약 10첩의 효과가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동의보감>에는 “사람이 낮잠을 자지 못하면 기(氣)가 빠진다”고 했다.
낮에 5분이나 10분 정도라도 잠시 수면을 취하면, 밤에 두세 시간 잠자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것을 ‘마이크로 수면’(Microsleep)이라고 한다. 또 낮잠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데 도움을 주는 등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보통 기억력은 오전 중에 가장 좋고 오후에는 떨어진다. 그래서 30분간 낮잠을 자면 오후에도 오전과 같거나 그 이상의 기억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새라 메드닉 연구팀은 1시간 정도에 불과한 짧은 낮잠이 밤새 자는 잠만큼이나 정신활동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다른 연구결과에 의하면, 4~20분 정도의 낮잠을 취하고 난 사람들은 아예 잠을 자지 않은 사람보다 실수를 15%까지 덜한다고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아예 ‘강력 낮잠’(Power Nap)이라는 낮잠 시간을 공식적으로 주는 회사들도 생겼다.
나사(NASA), 구글, 나이키는 ‘낮잠 자는 방’을 만들어서 직원들에게 20분 정도의 낮잠을 장려하고 있다. 공연예술가 백남준은 “낮잠은 창조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의식과 무의식이 만나는 시간”이라고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67세에 사망했는데, 당시로서는 장수한 것이다. 그는 매일 일정시간에 낮잠을 잤다.
에디슨은 84세에 죽었는데 매일 밤 4시간밖에 자지 않았다. 하지만 낮에 두번 낮잠을, 그것도 매번 3시간씩 잤다고 한다. 91세에 유명을 달리 한 윈스턴 처칠은 “나의 저력은 낮잠에서 나왔다”고 했다.
미국 뉴욕에서는 얼마 전 “낮잠을 팝니다”라는 문구를 내건 ‘낮잠 전문점’이 등장했다.
낮잠예찬이 길어졌다. 다리도 불편한 필자가 그래도 이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열심히 일한 후 낮잠을 즐기는 것이 한몫을 한 것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