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최대격전지 철원···’아픔의 시간’에서 ‘위로의 공간’으로 승화
[아시아엔=임지아 중부대 교수, 영화감독] 2021년 강원도 철원군 근대문화유적센터에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위로의 시간’ 설치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철원은 태봉국을 세운 궁예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까지 문화도시였다. 6.25전쟁의 치열한 전투 속에서 남한과 북한 땅으로 24번이나 주인이 바뀌고, 그 틈에 화려한 도시는 폐허가 되었다.
철원 주민들 가슴속에는 이념에 묻어둬야 했던 슬픈 사연이 △노동당사 △철원감리교회 △승일교 △아이스크림 고지 △백마고지 △월정역 등 수많은 장소에서 70년간 소리 없는 증언을 하고 있다.
‘위로의 시간’은 70년이 넘어가는 전쟁의 기억을 지역주민들과 예술가들이 마음을 합쳐 위로의 공간이라는 컨셉으로 지난 1년간 40여 차례 미팅과 예술가 37명의 협업이 녹아, 철원의 지역성과 향토성을 반영한 협동작품을 만들어 냈다.
작품 구성은 조주현 작가의 ‘위로의 여신’ 동상과 더불어 8개의 유리 큐브 안에 전쟁 잔해물로 만들어진 예술가들의 협동작품이 있다. 화살머리고지에서 유해발굴 작업과 지뢰폭발물 제거 작업에서 발굴한 잔해물을 37명의 철원 예술가가 힘을 합쳐 전쟁에 희생된 사람들의 흔적을 오브제로 재구성하였다.
전체 구성은 어머니와 같은 소이산의 품속에 논과 자연이 보호 받는 외촌리의 모습을 배경으로 위로의 여신 그림자가 아픔을 공감해 주듯, 위로해 주듯 오브제와 함께 공간에 배치되어 있다.
특히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견된 낡고 녹슨 반합에 끼워진 수저는 이 작품의 중요한 영감이 되었는데, 이는 반합에 끼워진 채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군대에서 보급하지 않은 고급 수저인 것으로 보아 집에서 어머니가 “밥 잘 챙겨 먹으라”는 의미로 전쟁에 나가는 아들에게 쥐어준 수저로 추측하고 있다. 이번 작품이 지역과 역사에 대한 이해를 개인의 기억으로부터 출발하여 진행되었음을 수 있다.
70여년이 훌쩍 지난 이곳에서 그날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파편에 난도 되어 청춘의 꽃들이 흩어진 그 날, 귀한 아들 밥 굶지 말라고 어머니는 아껴둔 수저를 아들에게 건넸습니다. 반합통 미쳐 다 뜨지 못한 밥 한술···. 그대로 화석처럼 굳어버린 아들의 숟가락. 손가락 마디보다 두꺼운 무쇠 포탄들이 섬광처럼 날아와 꽂힙니다. <이도경 작가, 작업 노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