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 순천시장 인터뷰 1] “2023년 순천 전체가 정원으로 탈바꿈하는 원년”
[아시아엔=인터뷰 이상기, 이주형 기자, 사진 순천시청 제공] 허석 시장의 꿈은 ‘새로운 순천’과 ‘시민과 함께’에 응축돼 있다. 노동상담소와 지역신문 등을 수십년 운영하다 2018년 늦깎이로 순천시 상머슴을 자임한 그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옆에 두고 훗날 자신도 누군가의 사례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전남의 설화와 인물> 속 설화들은 현실로, 인물들은 그의 롤모델로 삼고 있다. <아시아엔>은 허석 시장과 설을 전후해 두차례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두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202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다가오고 있다. 메인 테마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큰 틀은 이미 잡혀 있다. 핵심 주제는 ‘정원에 삽니다’이다.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10년 전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는 순천만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에코벨트 경계구역인 국가정원 안에서만 행사가 이뤄졌는데, 2023년 행사는 도시 전체가 무대다. 시 전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순천시민 전체가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부주제를 ‘나만의 정원’으로 정한 것은 29만 순천시민 누구나 실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자신만의 정원을 가꿨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정원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 벽, 옥상, 베란다, 사무실 한켠, 심지어 집과 집 사이 한 뼘 공간에서도 정원을 가꿀 수 있다. 순천시 24개 읍·면·동 ‘시민정원 추진단’도 꾸렸다. 2023년은 순천시 전체가 정원으로 탈바꿈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202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지구적인 기후변화에서 어떤 순기능을 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흐름이지만, 적어도 우리가 어지럽힌 것은 우리가 치워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순천만 정원박람회는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순천시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등과 맞물려 순천이 표준도시가 될 수도 있다.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만들려고 다양한 시민운동을 전개 중인데 순천만 나선다고 될 일은 아니다. 순천시에서 전남도,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로 확대돼야 한다. 어린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눈에서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환경운동은 어른도 중요하지만 지구촌 곳곳의 아이들이 함께 시작하면 좋겠다.”
‘202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상징은 무엇인가.
“10년 전인 2013년엔 찰스 쟁스의 호수정원이 상징 조형물이었다면 2023년에는 그것을 뒤집은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이 상징 조형물이다. 이는 남북통일의 의지를 상징한다. 호수정원의 봉화언덕을 뒤집으면 분화구 모양이다. 물이 담긴 분화구의 모습은 옛날 어머니들이 장독대 위에 올려놓았던 정화수와 닮았다. 북한의 천지와 남한의 백록담에 정화수의 의미를 부여한 분화구 정원은 2023년 국제정원박람회에서 평화와 통일을 상징하는 대표 정원이 될 것이다.”
‘202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는 순천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라 볼 수 있다.
2018년 하반기 시장 취임 얼마 후 두바이를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뜻밖에 순천에 대해 잘 알 뿐만 아니라 직접 방문했던 이들도 있었다. 일정 동안 람사르습지도시 지방자치단체장 네트워크를 만들고, 2019년 10월 의장도시로서 순천에서 ‘제1회 세계 람사르습지도시 지자체장 회의’를 개최했다. 순천시는 2018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됐다. ‘무공해 청정도시’ 순천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순천만 습지를 포함한 한반도 남서해안은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이 지역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려 한다. 이를 추진할 허브센터가 순천에 들어선다. 계획대로 성사되면 순천시는 ‘람사르습지도시’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동시에 등재되는 세계 최초의 도시가 될 것이다. 이에 따른 엄청난 브랜드 가치는 지역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무공해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의 경쟁력은 높을 수밖에 없다. 동일한 국제행사를 두 번 치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순천은 2013년에 이어 10년 만에 또다시 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 2013년 행사를 잘 치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두번째 박람회가 끝난 이후엔 ‘정원도시법’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선포하는 것으로, 세계 초유의 일이 될 것이다. 국제사회는 자연히 순천을 주목하고 브랜드 가치는 훨씬 상승할 거다.”
주거환경이 개인주택에서 공동주택으로 변하면서 정원 역시 과거와 다른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공공 공원은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개인 정원은 없어지고 있다. 각 가정에서 정원을 가꿀 방법은 없을까?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 정원이라고 해서 크고 거창할 필요가 있을까? (작은 화분을 보여주며) 여기에 작은 야생초를 심거나 들풀을 심으면 하나의 ‘미니정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작년 순천에서 ‘한 평 정원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한 뼘 정원 페스티벌’도 개최 예정이다. 텅 빈 ‘자투리 공간’을 방치할 게 아니라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라도 심고 가꾸면 된다. 다양한 사이즈의 미니정원을 공모해 표준화하고, 상품화할 계획이다. 베란다 A형, 베란다 B형 이런 식으로···. 각 가정이나 사무실, 심지어 자동차에도 지혜를 모으면 나만의 정원을 가꿀 수 있다. 올해 국가정원 인근에 정원자재 공판장인 ‘순천만가든마켓’(가칭)도 개장할 계획이다. 표준화된 제품을 현장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수도 있다. 자연환경뿐 아니라 경제에도 보탬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작년 3월 간부회의에서 ‘권분(勸分)운동’을 제안하셨다. ‘부자의 재산 나눔’ 정도로 이해되는데, 코로나19 이후 1년간 순천시의 권분운동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권분운동은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에서 아이디를 얻었다. 나눔을 권장하자는 것이다. 1차 권분운동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봉사자들이 권분상자를 꾸려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는 식으로 진행됐다. 상자 1000개를 만들어 나누는 등 몇 차례 이뤄졌다. 전국적으로도 이슈가 됐다. 그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돕고 싶어도 목돈을 내놓을 수 없는 분들이 박탈감이 들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낸 두 번째 아이디어가 마스크 권분운동이다. 1만원만 내면 20명에 KF마스크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어린이들도 함께 참여하다 보니 29만 순천시민들께 다 드리고도 남을 만큼인 마스크 150만장이 순식간에 모였다. 시민 참여도도 높았고 받는 사람, 주는 사람 모두 기분 좋은 일이었다. 재난지원금 지원이라 하면 선별적 지원과 보편적 지원으로 나뉠 수 있는데 보편적 지원은 경제활성화가 주목적이다. 선별적 지원은 필요한 곳에 신속하게 지급돼야 한다. 우리 사회를 크게 둘로 나누면 ‘봉급 받고 생활하는 사람’과 ‘봉급 받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봉급생활자는 코로나19 이후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자영업자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청와대 비서실에서도 이와 관련해 자문을 구한 적이 있는데, 가장 신속하게 지급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건강보험에 연락해서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를 구분해 대상을 정하면 된다. 지역가입자의 재산까지 따지다 보면 정책의 신속성을 놓치게 된다. 그래서 나온 것이 3차 권분운동인 ‘착한 선결제운동’이다. 봉급생활자가 일정 금액을 선결제하면 자영업자들은 일단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기관, 단체별로 추진했다. 굳이 4차라고 칭하진 않지만 권분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가게에 와서 3만원 상당의 물품을 가지고 나갈 수 있다. 물품을 기부하면 필요한 사람이 그냥 가져갈 수 있다. 전혀 새로운 개념이다. 양심가게처럼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계속)